‘겨울왕국’이 얼린 한국영화..이 남자들이 녹일까

최진숙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23 17:49

수정 2014.10.28 04:28

‘겨울왕국’이 얼린 한국영화..이 남자들이 녹일까

올 들어 유난히 움츠렸던 한국영화가 화제작들의 개봉으로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까.

지난 연말 개봉해 해를 넘기면서까지 흥행에 성공한 '수상한 그녀' 이후 한국영화는 딱히 내세울 주도작이 등장하지 않으면서 기나긴 침체 터널을 걸어온 것이 사실이다. 실제 영화진흥위원회가 집계한 입장권통합전산망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영화 점유율은 26.2%, 이달(22일 현재) 점유율은 이보다 못한 23%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점유율 20%대 수치는 2009년 12월 이후 5년 만의 기록으로, 3∼4월 비수기 시즌을 감안하더라도 최근 한국영화 활황세와 비교해 예상치 못한 참패다.

이유는 광풍처럼 분 '겨울왕국' 인기와 비교적 안정된 라인업의 해외 블록버스터의 공세를 우선 들 수 있다. 여기에 100억원 이상 투자비를 들인 대작이 여름 시즌에 집중되면서 초반 마케팅 여력이 적었다는 점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무엇보다 결정타는 관객 전체를 빨아들일 완성도 높은 작품 자체가 없었다는 점으로 모아진다.


이런 가운데 올해 기대작들이 슬슬 베일을 벗는 시점이 되면서 그간 활력 잃은 시장에 온기가 돌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배우 현빈을 앞세운 사극 '역린'은 그 시험대 맨앞에 있다. 영화는 암살 위협에 시달리는 정조의 운명 같은 하루를 담았다. 오는 30일 개봉을 앞두고 22일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영화는 스토리보다 영상과 분위기를 파고들려는 흔적이 더 강했다.

정조의 암살을 소재로 하루의 긴박함을 다뤘다는 점에선 이인화의 소설 '영원한 제국'과 비슷했지만, 시시각각 촘촘한 스토리로 압박하는 '영원한 제국'에 비해 '역린'의 짜임새는 다소 헐거웠다. 대신 왕의 옷을 다리고 매만지는 세납방 풍경이나 한밤중 왕의 침전 존현각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전투는 볼만했다. 강렬한 내면과 근육을 은밀히 감춘 채 피비린내나는 당파싸움 속 번뇌하는 왕으로 정조를 남다르게 표현해낸 현빈의 존재감이 향후 관객을 얼마나 불러모을지가 관건이다.

같은 날 개봉하는 '표적'은 류승룡, 이진욱, 유준상을 내세운 추격액션 영화다. 의문의 살인사건으로 누명을 쓰고 쫓기는 여훈(류승룡)과 납치된 아내를 구하기 위해 그와 위험한 동행을 시작하는 의사 태준(이진욱), 이들을 쫓는 두 명의 추격자의 숨가쁜 이야기다. 2010년 프랑스 액션 '포인트 블랭크'가 원작. 올해 칸영화제 비경쟁부문 초청작으로 뽑혀 현재 그 실체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본격 여름 사극 대전을 코앞에 둔 5∼6월에도 야심작들이 꿈틀댄다. '방자전' '음란서생'을 연출했던 김대우 감독의 신작 '인간중독'은 1960년대 말 한국 최상류층 군 관사를 배경으로 한 19금 멜로 드라마다. 비밀스럽고 파격적인 사랑 이야기가 위계질서와 상하관계로 엄격한 군 관사 안에서 벌어진다. 송승헌과 신예 임지연이 이 뜨거운 열애의 주인공으로 나온다. 오는 5월 15일 개봉한다.


장동건, 김민희의 강렬한 연기가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우는 남자'는 단 한번의 실수로 모든 것을 포기하며 살아가던 킬러 곤(장동건)이 조직의 마지막 명령으로 모경(김민희)을 만나게 되고 그후 임무와 죄책감 사이에서 갈등하며 벌이는 액션 드라마다. 6월 개봉.

이들 작품 뒤로 '군도:민란의 시대' '명량:회오리바다' 등 블록버스터 사극들이 올 한국영화 최대 격전을 치른다.
하지만 '고질라'(5월 15일), '엑스맨'(5월 22일), '트랜스포머4:사라진 시대'(6월 26일), '혹성탈출:반격의 서막'(7월 17일) 등 해외 블록버스터들의 후속 반격도 만만치 않아 한국영화가 어느 정도 흥행 반열에 오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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