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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숙의 원스어폰어뮤지컬] 태양왕

최진숙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23 17:50

수정 2014.10.28 04:27

[최진숙의 원스어폰어뮤지컬] 태양왕

최근 개막한 '태양왕'(사진)과 흥행작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는 '엘리자벳', 그리고 2년 전 초연된 '황태자 루돌프'.

이 세 뮤지컬의 공통점은?

미국 브로드웨이도 아니고 영국 웨스트엔드도 아닌 범유럽 뮤지컬 소속이라는 게 우선 닮았다. 차례로 프랑스, 오스트리아, 체코가 이들의 생산지다. 모두 유럽 황실을 다룬 '황족 뮤지컬'이라는 것도 비슷하다. 여기에다 닮은꼴로는 동일한 제작사(EMK뮤지컬컴퍼니)의 라이선스 작품이라는 것도 빼놓을 수 없겠다.

'태양왕'과 '엘리자벳'. 두 작품만 놓고보면, 왕과 왕비의 고뇌라는 점이 비슷하다. 하지만 고뇌의 색깔은 둘이 딴판이다.
합스부르크 제국의 황혼기 '엘리자벳'은 시대와 숙명, 삶과 죽음에 대한 고뇌였던 반면, 16세기 절대군주 '태양왕'의 고민은 여인 꽁무니를 향해 있다. 파티장에서 우연히 만난 이탈리아 여인(마리 만치니), 그 여인을 잊지 못하다 우연히 만난 또 다른 여인(몽테스팡 부인), 그리고 이 부인의 진짜 속셈을 알아차리는 과정에서 만난 운명의 여인(프랑소와즈). 이 와중에 추기경의 권력 찬탈 음모가 여인들 사이를 비집고 또 다른 줄거리를 형성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시시하고 어쭙잖다.

화려한 황실 의상이 대거 등장한다는 점도 '태양왕'과 '엘리자벳'은 비슷하다. 하지만 '태양왕'은 신분에 맞는 옷을 제대로 입힌 거 같지는 않다. 프랑소와즈는 황실 시녀 신분인데도 시종일관 왕족급 드레스를 걸치고 있다. 캐릭터의 비중을 감안하고 싶었겠지만, 시대극 의상엔 엄연히 위계질서가 있는 거 아닌가.

'엘리자벳'엔 김준수, 류정한, 박효신, 박은태 같은 가창력 좋은 남자 배우가 수두룩했지만 '태양왕'엔 딱히 노래 잘하는 남자 배우가 없다. 두 뮤지컬은 이 대목에서도 확 갈린다.

'태양왕'과 '황태자 루돌프'는 똑같이 한류스타 안재욱을 내세웠다는 점에서 비슷한 전략을 취했다. '황태자 루돌프'는 합스부르크 왕가 마지막 황태자의 비극적 사랑을 다뤘지만, 드라마는 밋밋해 다소 따분한 뮤지컬이었다.
하지만 한류 관객들의 꾸준한 방문 덕에 객석은 늘 붐볐다.

이쯤되면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도 든다.
'태양왕'은 어떻게 만들어도 손님은 들겠지, 그런 자신감이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한류스타가 외롭게 쌓아올리는 모래성이 왠지 위태롭고 안쓰러울 뿐이다.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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