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신진작가전 세 번째 전시 ‘COME UP 3’

임대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7.23 17:51

수정 2014.10.24 23:18

파이낸셜뉴스가 운영하는 미술문화 자회사 fnart가 젊은 작가들을 발굴·지원하기 위해 지난 2012년부터 시작한 신진작가전 세 번째 전시 'COME UP 3'가 25일부터 서울 강남구 신사동 fnart SPACE에서 열린다.

'돋다, 나오다, 생기다'는 뜻을 담고 있는 'COME UP'전은 미술대학을 갓 졸업했거나 졸업을 앞둔 참신하고 열정적인 신진작가로 구성된다.

이번 전시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되는데 1부에서는 이재훈(26), 홍석준(27)의 사진 8점과 김예나(22)의 설치 작품이 선보인다
김예나 '나 또한 열에 아홉, 그러니 감출 필요 없다'
김예나 '나 또한 열에 아홉, 그러니 감출 필요 없다'


■겹쳐진 신문기사와 운세

작가 김예나는 작은 행운을 바라던 날, 우연히 자신에게 다가올 하루를 알려주는 한 줄의 운세를 읽는다. 그 후 자신도 모르게 그날의 운세와 경험한 일들을 맞물려 해석하거나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상상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작가는 이런 엉뚱한 경험 이후 여러 사람의 계정을 모아 주변의 '운세' 텍스트를 수집하며 자신의 작업을 발전시켜왔다.

그녀의 작품은 그날의 기사와 운세로 신문 한 부를 통해 작업이 이뤄진다.
작업의 시작은 운세나 사주팔자 등을 대입하던 개인적인 상상을 확장시켜 '백그라운드'의 공통분모를 찾는다. 사건은 증거가 되고 이를 환기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으로 신문기사를 선택한다. 그리고 그 위에 맞물리면서도 어긋나는, 혹은 어긋나면서도 맞물리는 운명의 무게를 얹는다.

홍석준 'Tableau 13-2'
홍석준 'Tableau 13-2'


■도장공은 위대한 예술가?

작가 홍석준은 신축건물 외벽에 페이트칠을 하는 도장공을 주로 찍는다. 작가에게 도장공은 마치 거대한 건물을 캔버스 삼아 색을 채우고 생명력을 불어넣는 위대한 예술가처럼 느껴진다. 그에게 도장공의 작업은 다른 어떤 작업보다 특별하게 느껴졌다고 한다. "춤을 추듯 흔들리는 로프와 리듬에 맞춰 움직이는 다리, 두려움 같은 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듯한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떤 숭고함마저 느껴지는 듯했다"고 작가는 고백한다.

카메라는 그가 일상에서 벗어나 대상을 바라볼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각적 기회를 제공했고, 그 안에서 작가는 주어진 관람자의 지위를 마음껏 누리며 세상을 바라보았다. 그러한 수개월의 과정, 추적과 관찰 끝에 파편처럼 떠돌아다니던 생각의 조각들이 한데 모여 새로운 광경, 색다른 경험으로 탈바꿈한 것이 바로 그의 작품이다.

이재훈 'L:₩>EJ₩GRAPHICS₩TYPE₩L08'
이재훈 'L:₩>EJ₩GRAPHICS₩TYPE₩L08'


■과밀화한 도시와 아름다움

작가 이재훈은 길을 걷다 우연히 얻게 된 시각적 즐거움을 사진으로 기록한다. 자신의 시각적 경험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그의 작품은 우리시대의 도시를 또 다른 시각예술로 승화시켜나가는 과정이다. 작가가 본 도심 속 건물은 컴퓨터상의 랙(lag) 현상을 통해 사진이란 매체로 재탄생된다.
작가는 "디지털이 갖는 간단명료한 0과 1의 언어와 같이 건축물을 순수한 건축적 형태인 입방체와 다면체, 색과 선으로 표현해 내가 지향하는 주관적 상상을 사진으로 재현한다"고 했다.

그의 작품 제목은 대부분 'L:₩>EJ₩GRAPHICS₩TYPE₩L08' 같은 형태로 나타나는데 이는 랙 현상을 뜻하는 'L'에 뒤이어 컴퓨터상의 명령어 형상을 취한 것. 작가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과밀화된 건물의 군집이 사회고발이나 해결책 제시가 아닌 또 다른 아름다움으로 보여지길 희망한다.
젊은 작가 3인의 작업을 살펴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오는 8월 9일까지 계속되며, 고남희·정윤성·한황수로 구성된 'COME UP 3' 제2부 전시는 8월 19일부터 시작된다. (02)725-7114

yuna.kim@fnart.co.kr 김유나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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