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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완 영락교회 호산나 성가대 지휘자 “영혼 울리는 성가.. 내달 美서 초청공연”

신종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7.28 17:22

수정 2014.10.24 20:58

▲ 사진=김범석 기자
▲ 사진=김범석 기자

"합창단이나 오케스트라 단원들 위에 군림하며 자기 방식만 고집하는 지휘자는 이제 성공할 수 없습니다."

지난 25일 서울 저동 영락교회 50주년기념관에서 만난 호산나 성가대 장세완 지휘자(52·사진)는 MBC 히트작 '베토벤 바이러스'에 등장하는 강마에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단원의 기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땐 독하게 면박을 주는 대신 "맨날 잘할 순 없다"며 괘념치 않는다. 단원과 음악적 견해가 다를 때도 "더 비판해보라"고 한술 더 뜬다.

"청년이 가진 에너지는 육체적 건강함이 전부가 아닙니다. 젊은 시절엔 왕성한 비판정신으로 더 나은 길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하죠. 단원이 내 지휘나 지도법을 지적하면 묵살하지 않고 해당 단원을 설득하거나 내가 설득당합니다.

"

장 지휘자는 '리더십'이란 말도 썩 반기지 않는다. 역할이 다를 뿐 합창을 맡은 단원이나 오케스트라 연주를 맡은 단원이나 하나의 소리를 내기 위해 꼭 필요한 존재라고 믿기 때문이다. 지휘자인 자신은 단지 단원들의 능력을 조화로운 방향으로 도출해낼 뿐이라고 했다.

"단원의 기량이 기대에 못 미친다고 질책하고 꾸짖는 지휘자는 젊은이를 이끌 자격이 없습니다. 완벽한 팀원을 데리고 어떤 지휘자가 좋은 성과를 못낼까요? 우리 단원이 어떤 재주를 가졌는지 파악하고 각기 다른 재주를 합쳐 최적의 소리를 만드는 게 지휘자가 할 일입니다."

장 지휘자는 리더의 자리도 결국 팀의 일부일 뿐이란 점을 강조했다. 오히려 장 지휘자는 미디어에 부각되는 것만큼 지휘자가 대단한 존재는 아니라며 스스로를 낮췄다.

장 지휘자는 성가대 운영에 대한 세세한 부분도 깊게 생각한다. 여러 고민 중 하나는 합창단의 음악적 지향점과 장르 배분이다. 20대 청년으로 구성된 합창단인 만큼 젊은 감각도 반영해야 하고 성가대란 정체성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클래식 40%, CCM 등 현대 성가가 30%, 나머지 20~30%가 창작곡입니다. 20대로 구성된 합창단이라 현대적 감성이 들어간 음악이 인기지만, 현대 음악은 시대상에 맞아야 하기 때문에 계속 바뀌고 사라집니다. 제자들이 영속성 있는 음악으로 신앙을 이어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클래식을 강조합니다."

호산나 성가대를 위해 세심한 부분까지 생각하는 건 장 지휘자도 이곳 출신인 까닭이다. 아홉살에 초등부 성가대 활동을 시작한 뒤 장 교수는 소년부와 고등부를 거쳐 호산나 성가대에 합류했다.

호산나 성가대는 매년 학년이 올라가는 시스템이 있어 마지막 10학년이 되면 졸업이다. 졸업생들은 임기가 끝난 뒤에도 자신을 '○○학년'이라 지칭할 정도로 변치 않는 애정을 보인다. 장 지휘자는 올해로 34학년이다.

"역사가 있으니까 졸업생들의 자부심과 애정이 클 수밖에 없죠. 물론 역사가 전부는 아닙니다. 호산나 성가대는 합창단 80명과 오케스트라 20명으로 구성됐는데 이 중 3분의 1가량이 전문적으로 음악을 하는 사람이에요. 다른 교회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올 정도로 실력이 뛰어난 단원이 많습니다."

실력이 뛰어나다는 건 빈말이 아니다.

호산나 성가대는 1978년 부산과 경주에서 처음 순회공연을 펼친 이후 꾸준히 외부 활동을 해왔고 2004년엔 일본 도쿄에서 초청공연을 가졌다. 독일과 이탈리아, 미국 동부 주요 도시에서도 공연한 바 있고 오는 8월 8일부터 19일까지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시애틀, 캐나다 밴쿠버에서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선보인다.

"한인교회뿐만 아니라 현지 교회에서도 무대에 올라요. 우리 퍼포먼스가 훌륭하다고 여기지 않았다면 몇 년간 계속 부르지 않았겠죠. 단원들이 성가대의 전통과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 눈을 반짝이는 걸 보면 스승이자 선배로서 신이 납니다."

yyyyy@fnnews.com

양창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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