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fnart와 함께하는 그림산책] 강산 만리 풍경 속 사람들의 다양한 삶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7.31 17:20

수정 2014.10.24 19:16

이인문 '강산무진도'(9월 28일까지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이인문 '강산무진도'(9월 28일까지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김훈의 소설 '강산무진'의 주인공 김창수는 우연히 병원 앞 박물관에서 하는 '조선후기 회화 특별전'을 관람한다. 간암 판정을 받고 주변을 정리하고 있던 그는 거기서 자신을 아득한 꿈 속으로 안내하는 그림 한 점을 목격하게 되는데, 그 작품이 바로 소설 제목으로도 차용된 조선후기 궁중화원 이인문(1745~?)의 '강산무진도(江山無盡圖)'다. 김훈은 소설에서 '강산무진도'에 대해 이렇게 묘사한다.

"눈으로 본 강산과 꿈에 본 강산, 꿈에도 보지 못한 강산들이 포개지고 잇닿으면서 출렁거렸다. 산들이 잦아지는 골짜기마다 마을이 들어섰고, 마을이 끝나는 곳에서 들이 펼쳐졌고, 들판 가장자리에서 다시 산맥이 일어섰다. 윤곽선을 풀어헤친 산맥은 연기처럼 엉키고 또 흩어지면서 허공으로 흘러갔고, 기진해서 소멸해가는 산맥들이 하늘 속으로 빨려드는 잔영 너머에서 바다는 시작되고 있었다.

바다가 뿜어내는 안개가 먼 잔산들의 밑동을 휘감았고, 그 안개 속에는 내가 모르는 시간의 입자들이 태어나서 자라고 번창했다."

이인문의 '강산무진도'를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오는 9월 28일까지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열리는 '산수화, 이상향을 꿈꾸다' 특별전이다.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3국의 정통 산수화를 한자리에 모은 이번 전시에는 이인문 외에도 정선, 김홍도, 안중식, 장욱진 등 각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다양한 작품 100여점이 출품됐다. 전시작 가운데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중국과 일본의 명품 산수화 40여점도 포함됐다.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이인문의 '강산무진도'다. 18세기 조선 화단에서 김홍도와 쌍벽을 이뤘던 이인문의 이 작품은 가로 길이만도 8m56㎝에 달하는 대작으로 다섯장의 비단을 이어붙여 세필로 그림을 그린 뒤 긴 두루마리 끝에 낙관을 찍었다.

화면을 종횡무진 가로지르는 기암절벽 사이로 끝없이 펼쳐지는 대자연의 장관과 거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이 꿈에서 본 듯 아득하다.

jsm64@fnnews.com 정순민 문화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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