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조로는 변했고 레베카는 그대로

이다해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9.15 16:47

수정 2014.09.15 16:47

뮤지컬 '조로'
뮤지컬 '조로'

돌아온 뮤지컬 대작 두 편이 올 상반기 뜸했던 관객들의 발걸음을 공연장으로 재촉한다. 하나는 3년 동안 새로움으로 무장했고 다른 하나는 지난해 초연의 영광을 그대로 옮겨왔다. 뮤지컬 '조로'와 '레베카'다. 지난달 27일과 이달 6일 각각 막을 올린 두 작품은 차세대 영웅의 탄생으로 새 희망을 제시하는 액션 활극, 음산한 맨덜리 저택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로맨틱 미스터리 스릴러로 서로 다른 매력을 뽐내며 지난 한 주간 예매순위 2위와 1위(인터파크 기준)를 차지하며 높은 관객 선호도를 보이고 있다.

■코믹 허당 영웅 새로운 '조로' 탄생

'조로'의 무대는 막이 오르면서부터 작정하고 신이 났다. 결말의 승리를 예견하듯 조로와 민중들은 장조의 라틴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든다.
압제에 시달리는 민중, 난세에 탄생한 영웅의 활약상 등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의식을 담았지만 유쾌함에 초점을 맞춘 게 주효했다. '쾌걸' 조로 아닌가. 신나는 플라멩코 리듬과 화려한 검투 장면, 배우들의 익살스러운 코믹 연기에 잠시도 눈과 귀가 쉴 틈이 없다.

배경은 스페인이 캘리포니아를 지배하던 때. 대위 라몬의 폭정으로 주민들은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고 젊은이들은 광산에 끌려가 강제노역을 하다 목숨을 잃기가 부지기수다. 이게 평범한 청년 디에고가 라몬을 저지하고 민중을 구하기로 결심하는 계기가 된다. 허당인 디에고는 점차 영웅의 모습을 갖추고 20년 전 자취를 감춘 영웅 조로를 대신해 '차세대 조로'로 라몬과 싸우게 된다. 베일에 싸여 있던 사라진 조로에 대한 비밀도 벗겨진다.

지난 2011년 초연 때와 완전히 다른 스토리로 재무장한 '조로'는 음악도 확 바뀌었다. 전통 플라멩코 리듬에 현대적인 팝 선율을 가미한 '집시 킹스'의 음악은 관객들을 축제의 초절정으로 이끌어낸다. 회전무대를 활용한 역동적인 연출도 박진감 넘친다. 실감 나는 영상과 함께 360도 회전하는 열차 위에서 벌어지는 라몬과 조로의 결투 장면은 관객들마저 숨을 헐떡이게 만든다.

사라진 조로의 비밀이 너무 허무하고 단조롭게 밝혀지는 건 안타깝다. 조로 역은 가수 휘성, 키, 양요섭까지 쿼드러플 캐스팅됐다. 10월 26일까지 서울 충무아트홀 대극장. 5만~13만원. (02)764-7857

■'명불허전' 레베카에도 아쉬움이…

지난해 초연 당시 5주 연속 예매율 1위를 차지하더니 무대, 조명, 조연 등 온갖 부문에서 상을 휩쓴 '레베카'는 변함없는 위용을 자랑했다. 대프니 듀 모리에의 원작 소설은 스릴러 영화 거장 앨프리드 히치콕의 동명 영화로 태어났고 뮤지컬 '엘리자벳'과 '모차르트!'의 명콤비인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와 극작가 미하엘 쿤체는 이를 무대 위로 옮겼다. 아내 레베카가 사고로 죽고 난 뒤 맨덜리 저택을 떠난 막심이 몬테카를로에서 만난 '나'와 사랑에 빠져 결혼한 뒤 집으로 돌아오면서 레베카를 모시던 집사 댄버스 부인과 '나'의 갈등이 시작되고 죽은 레베카의 비밀과 마주하게 된다.

조연이지만 사실상 주연처럼 극을 이끄는 댄버스 부인의 차갑고 어두운 기운은 여전히 좌중을 압도한다. '나'를 곤경에 빠뜨린 뒤 죽은 레베카의 방에서 무대가 바다와 맞닿은 발코니로 전환되면서 댄버스 부인이 3옥타브를 넘나들며 부르는 '레베카'에 관객들은 함성과 박수갈채를 쏟아낸다. 극의 절정에서 광기 어린 댄버스 부인이 맨덜리 저택과 함께 화염에 휩싸이는 장면 역시 화끈하다.

초연 무대를 충실히 재현한 '레베카'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도 있겠지만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댄버스 부인의 존재감과 레베카의 반전을 경험한 이상 디테일에 눈이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댄버스 부인을 연기한 신영숙의 노래는 훌륭했지만 날카롭고 높은 톤은 댄버스 부인의 중후한 매력과는 다소 거리감이 느껴졌다.
레베카의 죽음에 대한 비밀이 밝혀진 뒤 별다른 설명없이 막심과 '나'의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도 목에 가시처럼 걸렸다. 11월 9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6만~13만원. (02)6391-6333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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