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2007 베니스비엔날레]이형구 작품 구겐하임·모마미술관에서 관심

노정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6.12 11:06

수정 2014.11.05 13:05

【베니스=박현주기자】 세계현대미술의 축제이자 문화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이탈리아 베니스비엔날레. 77개 국가관이 모여있는 베니스 자르디니 공원에서 한국관이 주목되고 있다.

이탈리아·러시아 등 다른 국가관보다 2∼3배가 작은 한국관은 200㎡,70평규모. 왜소하기 짝이 없다.(비엔날레 화장실부지였다가 마지막으로 국가관을 내줬다고 한다.)

작은 전시장과는 달리 2007 베니스비엔날레 한국대표로 뽑힌 설치조각가 이형구(39·홍익대·예일대 졸업)의 ‘유쾌한’ 작품이 한국관을 빛내고 있다.

2005년 15명의 작가전시가 이뤄진 것과 달리 한국관 개관 후 단 1명의 단독 개인전이 이뤄지기는 처음이다.(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 극대화시킨 전시 커미셔너 안소연씨의 대담함에 놀랐다는 평가다.
)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에 이틀앞서 8일 본격 오픈한 한국관은 판도라 상자같다. 한번 들어갔다 나온 사람들의 얼굴표정이 달라진다.

암흑천지같은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공중에서 날고 있는 뼈다귀 동물이 시선을 잡아챈다. 무언가에 홀리듯 뼈다귀동물에 빨려든다. 머릿속에서 반짝 전구가 켜지듯 입가에 미소를 짓는다. 검정바닥 검정화면속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뼈다귀 동물 2마리의 출연은 마치 연극 한편을 보느듯 실감난다.

톰과 제리. 만화속 이미지를 차용한 쫓고 쫓기는 찰나적 순간을 화석처럼 영원으로 잡아냈다. 또 앞턱이 아래턱보다 2배나 긴 코요테와 2개의 앞니가 얼굴만큼 커다란 토끼의 해골 등과 성형수술실을 연상케하는 하얀방과 투명원형(모자)를 뒤집어쓴 채 하얀옷을 작가가 베니스를 떠도는 비디오 화면은 관람객들의 발길을 쉽게 떼지 못하게 한다.

해외각국의 평론가들 10명중 8명은 “좋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2명은 “글쎄, 별로”라고 했다.

부정적인 평론가들은 “작품이 너무 정교해서 그 작품을 보는 것으로 끝나는게 아쉽다”는 것.

영국 모 갤러리 디렉터는 “누군가는 너무 심플하고 깊이가 없다”고 하는데, “그들은 그 전시내용의 의미를 깊게 보지 않고 이해를 많이 못한 것 같다”고 풀이하면서 “이형구의 작품은 굉장히 유머가 있으면서도 소멸되는 것에 대한 미디어에 대한 공격이랄까, 그 안에는 정치적인것이 보인다”며 관심을 보였다.

관람객 대부분도 흥미진진하면서 마치 자연사박물관에 온 것 같다는 반응이다.

수도없이 갈고 깎고 색칠하고 상상력으로 창조해낸 유골들. 성형수술실같은 방의 기구들(오브 젝탈) 미학의 유희, 퍼포먼스가 결합된 작품. 아무리 봐도 도무지 시장에 나올만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가짜가 진짜가 되고 진짜가 가짜가 되는 세상. 이형구의 작품이 그 증명을 하고 있는 걸까.

이형구의 뼈다귀 작품은 스위스 바젤 자연사박물관에서 전시 제의가 들어온 상태. 2700여종의 유골을 소장하고 있는 자연사박물관에서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이형구의 ‘톰과 제리’를 탐내고 있는 것. 만화 속 상상의 동물뼈다귀들을 진짜만 전시하는 곳에서 러브콜을 보내고 있어 더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아라리오 전속작가인 이형구씨를 축하하기 위해 한국관을 찾은 김창일 아라리오 회장은 “구겐하임·모마 등 세계적인 미술관에서 이형구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어 기쁘다”면서 “내년 뉴욕에 첼시에 오픈하는 아라리오 뉴욕 전시 ‘2번째 선수’로 개인전을 개최한다”고 말했다.


리히터 등 원로대가들의 작품과 엽기적이고 난해하고 일기같은 작품들이 수를 놓고 있는 세계현대미술 축제에서 작가의 노동이 두드러지는 이형구의 작품은 감각적이면서도 시원하고 답답하지 않는 영리한 작품으로 돋보이고 있다.

‘왜소 컴플렉스’를 주제로 다루고 있는 젊은 작가 이형구가 왜소한 한국관을 뚫고 세계미술시장으로 힘찬 날개짓을 펼칠지 기대가 되고 있다.
이번 베니스비엔날레는 11월21일까지 계속된다.

/hyun@fnnews.com 박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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