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수원화성연극제,城은 무대…성곽은 캔버스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8.16 17:26

수정 2014.11.05 05:00



조선의 개혁을 꿈꿨던 정조대왕(1752∼1800)의 지시에 따라 축성된 수원 화성(華城). 지난 1997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화성 성곽을 배경으로 한 국제연극제가 열린다. 17일부터 본격적인 개막을 알리는 ‘2007 수원화성국제연극제’다.

전세계 6개국에서 초청된 11편의 공식초청작을 비롯해 모두 100여회의 공연이 펼쳐지는 이번 연극제의 하이라이트는 성곽을 무대로 열리는 야외공연들이다. 정조대왕이 개혁의 상징으로 축조했다는 역사적 건축물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각종 공연은 늦더위에 지쳐가는 도시인들에게 청량제와도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구도’(한국·네덜란드)는 화성이라는 특화된 공간을 염두에 두고 제작된 작품이다. 한국의 몸꼴과 네덜란드의 루나틱스가 공동제작한 ‘구도’는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딧세이’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한 작품으로 새로운 자아를 찾아 떠나는 삶의 여정을 시적인 움직임과 강렬한 이미지로 보여준다.
지난 5월 네덜란드에서 처음으로 공연된 ‘구도’는 이번이 아시아 초연 무대다.

‘천상의 예술’로 불리는 트랜스익스프레스 극단의 ‘MOB’(프랑스)는 1만명의 관객이 모여도 모두가 완벽하게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일종의 공중쇼다. 지상에서는 우스꽝스러운 광대 복장의 배우들이 타악 연주를 펼치고 하늘에서는 서커스와 아크로바트가 결합된 공중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프랑스 밀레니엄 기념공연과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개막공연 무대에도 섰던 트랜스익스프레스 극단은 장안공원광장에서 화서문 앞에 이르는 타악 퍼레이드를 통해 축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킬 것으로 보인다.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소개됐던 극단 초인의 ‘선녀와 나무꾼’(한국)도 공식초청작의 하나로 관객과 만난다. 18일부터 3일간 화서문 앞 야외무대에서 공연되는 ‘선녀와 나무꾼’은 배우들의 움직임을 통해 민중의 생명력과 한(恨)을 형상화한 비언어극으로 작품 일부에 그림자극과 인형극을 도입해 동화적인 느낌을 살렸다. 거창국제연극제에서 금상을 수상하기도 한 이 작품은 에든버러 페스티벌 외에도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 이집트 카이로 실험연극제, 일본 요코하마 국제연극제 등에도 참가했다.

장안문과 서북공심돈 앞에서 매일 밤 펼쳐지는 ‘멀티미디어 아트-한 여름 밤의 꿈’도 주목된다.
국내 젊은 작가들이 대거 참여하는 ‘한 여름 밤의 꿈’은 세계문화유산인 수원 화성 벽을 캔버스로 활용한 멀티미디어 영상전으로 역사적 공간과 예술이 만나는 새로운 체험을 가능하게 한다. 이번 영상전에는 김시헌의 ‘움직이는 그림’을 비롯해 가은영의 ‘철학자의 꿈’, 김혜란의 ‘감각적 이상’, 조나현의 ‘사라지다’, 최승준의 ‘환환’ 등이 출품됐다.
전체 100여회의 공연 중 90여차례 진행되는 야외공연은 모두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공연 일정 등 보다 상세한 내용은 수원화성문화재단 홈페이지(www.shcf.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jsm64@fnnews.com 정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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