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윤석남,유기견에 ‘날개’를 달아주다

노정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2.09 18:45

수정 2014.11.07 11:55



페미니스트 작가 윤석남(70)은 지난 2004년부터 일체의 외부활동을 접은 채 오로지 유기견을 소재로 한 작품에 매달려 왔다. 주인으로부터 버림받은 버려진 개들의 부당한 삶이 여성들의 희생과 닮았다는 생각에서 유기견을 위로하는 따뜻한 진혼제를 올려주기 위해서다.

지난해 9월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개최된 ‘윤석남-1025:사람과 사람없이’에서 그는 유기견을 소재로 한 첫 작품을 선보였다. 당시 전시는 견공(犬公)들의 윤곽에 맞춰 자른 나무판 조각 위에 눈, 코, 입을 그려넣어 개 모양으로 만든 1000여개의 설치물로 꾸며졌다. 이 작업은 지난 2004년 버려져 갈 곳 없는 1025마리의 개들을 돌본다는 이애신 할머니의 사연을 다룬 기사를 읽고 현장을 찾아갔다가 감동 속에 시작됐고 아르코미술관의 전시는 3년 가깝게 작업해온 결과물을 선보인 자리였다.

윤석남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유기견에 날개를 달아주거나 촛불과 화려한 꽃 조각을 곁에 둠으로써 유기견을 새로운 생명으로 탄생시켰다.
마치 애벌레가 한 마리의 아름다운 나비가 되듯이 그의 작품은 새 생명으로 환생한 것이다. 개들의 해탈과 구원을 소망하는 작가의 마음 때문인지 나무 조각들로 탄생한 개들의 표정도 한결 밝게 느껴진다.

윤석남은 “이제야 마음의 짐을 벗은 느낌입니다.
사람들의 변덕스런 마음 때문에 마치 쓰레기처럼 버려진 유기견들을 형상화할 때는 너무나 마음이 무거웠는데 그들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꽃 장식을 해준 뒤에는 저 자신이 새로 태어난 느낌이었습니다”고 말했다.

새로운 유기견 작업을 선보이는 윤석남의 개인전이 오는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학고재 갤러리(02-720-1524)에서 열린다.
또 윤석남은 오는 6월에는 부산에서, 오는 9월에는 일본 도쿄 근처에 있는 가마쿠라 갤러리에서 유기견을 소재로 한 전시회를 잇따라 개최할 계획이다.

/noja@fnnews.com 노정용기자

■사진설명/윤석남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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