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리뷰]연극 '리턴 투 햄릿'

최진숙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12.12 16:08

수정 2011.12.12 16:08



“여기 사시미 칼 들고 있는 놈이 햄릿이오, 덴마크의 왕자.”
“아부지가 내게 그러셨지라, 햄릿아, 이놈이 내 귓구멍에 몹쓸 약을 찌끄러 가꼬 나가 죽어부렀다.”

극중 마당극 ‘햄릿’에선 폭소가 터진다.

햄릿의 어머니 왕비는 오필리어를 붙들고 느닷없이 외친다. “햄릿이야말로 진정한 페미니즘 연극이오!”

연극열전의 ‘시즌 4’ 첫 주자로 지난 9일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개막한 연극 ‘리턴 투 햄릿’이다. 배우들은 ‘햄릿’의 두 가지 버전을 오갔다. 정극 ‘햄릿’에선 진지한 발성으로 무대를 거침없이 달린다.


극은 ‘햄릿’ 마지막 공연을 앞둔 배우들의 분장실 풍경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펼쳤다 오므렸다 한다. 마당극에선 연극쟁이들의 끼와 유쾌함이, 정극에선 진지한 배우들의 연극 정신이 클로즈업된다. 배우들의 무대 뒷얘기가 특별한 소재는 아니지만 이 작품은 꽤 사실적이고 짠한 구석이 많다.그러면서 익살과 재미로 버무려졌으니 전체적으로 짜임새가 탄탄하다.

분장실에 앉은 배우들의 고민은 이런 것이다.

한때 주인공으로 통했지만 이젠 TV스타들에 밀려 한직으로 밀려난 것이 분한 재영은 그래도 무대를 버리지 못한다. 연극판에선 머슴역밖에 못 맡았지만 방송국으로 옮겨가 스타가 된 민은 햄릿역으로 금의환향한다. 그런데 어쩔 수 없는 연기 콤플렉스로 괴롭다. 진우는 TV 사건 재연 배우, 아동극 출연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보다 잘나가는 배우 아내 앞에선 자존심을 지키고 싶다. 아내의 병수발 끝이 안보인다. 이런 지욱에게 최선은 무대를 잘 지키는 일이다….

연극쟁이들의 애환이 밋밋한 구조로 나열되지 않았다는 게 이 연극의 큰 미덕일 것이다. 중간중간 공격적인 대사는 객석을 뜨끔하게 했다.

평론가들의 관념적인 코멘트에 펀치를 날리고 무대 위 배우들의 돌발사고에 대책 없는 현실을 비꼰다. 막무가내식 앙코르, 연장 공연의 제작 풍토도 도마에 오른다. 하지만 마지막 지욱 아내의 죽음 소식은 다소 작위적인 느낌을 줬다.

진우역(‘햄릿’ 왕역), 김원해와 여일역(‘햄릿’ 왕비역), 김지성의 안정적인 연기가 볼 만했다. 무대감독 이연역의 김슬기도 시선을 끈 배우다. 공연 초반이라 배우들의 전체 호흡은 아직 매끄럽지 못했다. 차츰 적응기를 지나면 자연스러운 무대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서툰 사람들’ 이후 4년 만에 연극판으로 돌아온 영화감독 장진의 연출작이다. 그는 1998년 미국 극작가 제임스 셔먼의 작품을 번안해 올린 자신의 ‘매직타임’을 재구성, ‘리턴 투 햄릿’으로 포장했다.
“늘 무대로 향해 있었다. 그쪽으로 가는 길 중간에 서 있는 사람이다.
무대 위 배우들의 심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소감을 밝혔다. 공연은 내년 4월 8일까지.

/jins@fnnews.com 최진숙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