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전통과 현대를 초월한 ‘동서양 가구의 조화’..학고재 갤러리 '디자인의 덕목'展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2.27 17:22

수정 2014.11.06 19:12

학고재 갤러리 '디자인의 덕목' 전에 나온 추사 김정희의 '판전'(왼쪽)과 프랑스 디자이너 피에르 샤르팽의 현대 디자인 가구 'Faro Storage'가 묘한 조응을 이루고 있다.
학고재 갤러리 '디자인의 덕목' 전에 나온 추사 김정희의 '판전'(왼쪽)과 프랑스 디자이너 피에르 샤르팽의 현대 디자인 가구 'Faro Storage'가 묘한 조응을 이루고 있다.

 서울 소격동 학고재 갤러리가 한국 전통 고가구와 현대 디자인 가구, 국내외 회화 작품 등 20여점을 소개하는 '디자인의 덕목' 전을 29일부터 펼친다. 이번 전시에는 국내 작가 이우환·정상화와 중국 작가 천원지 등의 회화 작품이 포함됐지만 전시의 주요 품목은 동서양의 옛 가구와 현대 디자인 가구다. 우리 미술의 뿌리찾기에 큰 관심을 보여온 학고재 갤러리가 디자인 가구 전시회를 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추사 김정희(1786~1856)가 쓴 봉은사 판전 현판 탁본이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프랑스 디자이너 피에르 샤르팽이 제작한 현대적 감각의 디자인 가구 'Faro Storage'가 우뚝 솟아 있다.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면 소나무의 결이 그대로 살아있는 우리의 고가구 강화반닫이가 관람객을 맞이하고, 그 반대편에는 마술적 신비로움을 선사하는 스웨덴 산업 디자인팀(프런트 디자인)의 검은 서랍장이 불안정한 형태로 놓여 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동양의 고가구와 서양의 현대 디자인 가구 등이 만들어내는 시공을 초월한 충돌과 조응(照應)은 관람객들에게 묘한 시각적 쾌감마저 제공한다.


 이번 전시는 최고의 디자인은 단순함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단순하다는 것은 단조로움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본질에 다가섰음을 말하는 것인데, 이번 전시에 나온 동서양의 가구들과 모노크롬(단색화) 계열의 회화 작품들은 불필요한 장식을 제거하되 빼어난 미적 완성도를 선사하는 '뺄셈의 미학'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번 전시를 준비한 학고재 김한들 큐레이터는 "한국 전통 고가구, 현대 디자인 가구, 미니멀한 회화 작품 등을 통해 디자인이 지향해야 하는 덕목을 생각해보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했다"면서 "단순해 보이는 가구와 회화 작품을 통해 시각적 여유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풍요롭고 깊이 있는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3월 20일까지. (02)720-1524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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