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발레 ‘심청’ 화려한 귀환..세계 돌고,집으로

최진숙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5.08 17:02

수정 2014.11.06 14:52

황혜민·엄재용 커플의 유니버설발레단 발레 '심청'.
황혜민·엄재용 커플의 유니버설발레단 발레 '심청'.


자신의 몸짓 하나하나를 주시하는 객석의 수많은 눈을 보는 순간, 발레 무용수들은 초인이 된다. 몸속 모든 세포를 깨우고 자신의 맨 밑바닥 에너지까지 끌어내 아름다움을 표현해낸다. 육체는 곧 부서질 것 같은 고통을 수반하지만 표정은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다. 발레는 그래서 중노동이다. 에너지 소비량으로 따지면 축구와 발레가 동급이라는 연구보고서도 있다.

이 발레는 14세기 말 이탈리아에서 태동해 16∼18세기 프랑스에서 전성기를 맞았고 19세기 러시아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웠다.

유구한 서양 발레 역사와 비교하면 한국 발레는 일천하다. 국내에서 처음 발레 공연이 등장한 게 1950∼60년대. 늦은 시작이었지만 대신 추격 속도는 빨랐다. 이제 한국형 스토리에 안무, 음악을 입힌 창작물로 발레 종주국들을 파고드는 수준까지 왔다. 그 대표작으로 유니버설발레단(UBC)의 창작 발레 '심청'이 꼽힌다.

'심청'이 세계를 뛰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9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3년 만의 국내 무대를 갖는다.

국립극장은 심청이 1986년 초연됐던 바로 그 공연장이라는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 고향집에서 27년 만에 갖는 귀환 무대라는 의미도 있다.

고전소설 '심청전'을 토대로 한 이 발레는 아버지 심봉사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공양미 300석을 구하고 심청이 인당수에 빠지는 1막, 바닷속 용궁을 그린 2막, 심청이 연꽃에 담겨 육지로 올라와 왕과 결혼한 뒤 아버지를 만나는 3막으로 구성돼 있다. UBC 초대 예술감독 애드리언 델라스의 안무, 미국인 작곡가 케빈 바버 피카드의 음악, 한국계 미국인 실비아 탈슨의 의상으로 제작됐다.

대본과 무대디자인, 조명 등은 한국 제작진의 솜씨였다. 왕과 심청의 로맨틱한 달빛 파드되(2인무), 폭풍우 쏟아지는 인당수 선상에서 펼치는 화려한 남성 군무 등이 명장면으로 꼽힌다. UBC는 지난 2011년부터 해외 월드투어를 진행하며 이 작품으로 프랑스, 러시아, 미국 등 9개국 11개 도시를 누볐다.

해외에선 보기 힘든 효 사상과 강렬한 음악에 관객들의 호평이 집중됐다.

'관록의 커플' 황혜민·엄재용(9일)이 문을 열고 애절한 연기가 일품인 강예나(10일)가 바통을 이어받는다.

중국 무용수 팡멩잉(심청)과 동지아디(왕)는 외국인 커플로 첫 심청 무대(11일)에 선다.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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