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그녀의 웃음이 위장하고 있는 것은?

박세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7.02 03:12

수정 2014.11.05 13:05

김지희 'Sealed Smile-camouflage'
김지희 'Sealed Smile-camouflage'


양머리를 한 여성이 환하게 웃고 있다. 눈을 완전히 가린 선글라스와 치아에 걸쳐진 교정기. 활짝 웃는 것 같으면서도 입꼬리는 어딘가 어색해 보인다. 한국화와 팝아트의 경계에서 작품활동을 펼쳐온 젊은 여성작가 김지희(30)의 신작이다.

지난 2011년 20대로는 처음으로 청작미술상 수상자로 주목받았던 김지희 작가가 '가상의 위장(Virtual Camouflage)'이라는 주제로 다시 청작화랑에 그림을 내건다. 그동안 교정기, 오드아이(odd-eye) 등의 파격적인 소재를 활용하며 선글라스 뒤에 숨어 웃고 있는 현대인의 자화상을 그려낸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는 더 나아가 군인들의 위장 무늬를 조형언어로 끌어왔다. 명품 로고와 화려한 보석을 대신해 선글라스에 새겨진 '워닝(Warning)'이라는 글자와 수류탄, 그리고 배경의 위장 무늬는 성공을 향해 경쟁하는 현대인의 긴장감을 나타낸다.
행복한 척 웃는 주인공의 모습은 사뭇 비장해보이기까지 한다.

또 이번 전시에는 신작 시리즈인 '버진 하트(Virgin heart)'도 공개한다. 보석을 디테일하게 표현한 이번 시리즈에서 작가는 반지 속의 다이아몬드 형상을 의인화해 물질 만능주의에서 고독과 무력감을 표현하려 했다.


작가는 현대인들의 획일적인 웃음 뒤에 숨겨진 고독에 주목하면서도 웃음을 통해 긍정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전시에 앞서 만난 작가는 "본 전시에서는 짧은 생의 순환을 상징하는 꽃, 긴장감을 담은 위장무늬, 보석 시리즈 등의 장치를 통해 기존 작업에 더욱 심도 있게 접근한 작품을 선보이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 평문을 쓴 미술평론가 고충환은 "웃음에 인색한 시대에 웃음을 선사하는 그림은 보는 이를 행복하게 한다"면서 "어둠을 껴안을 때에야 비로소 웃음은 서먹한 사람들 사이로 번져 나갈 수가 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15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청작화랑. (02)549-3112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박세인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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