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겨울잠 깬 춤판..“훨훨 날아볼까”

최진숙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2.03 16:45

수정 2014.10.30 00:19

국립발레단 '라 바야데르',독일 부퍼탈 탄츠테아터 '풀문',유니버설발레단 '춘향'(왼쪽부터).
국립발레단 '라 바야데르',독일 부퍼탈 탄츠테아터 '풀문',유니버설발레단 '춘향'(왼쪽부터).

겨울잠에서 깬 공주, 왕자들이 움직인다.

연말 '호두까기 인형'을 끝으로 잠시 휴지기에 들어갔던 발레·무용계가 꿈틀대고 있다. 무대를 가슴에 품은 무용수들이 이제 구슬땀을 흘리며 고난의 행군에 나서는 시간이다. "새봄과 함께 훨훨 날아오르리라." 저마다 이렇게 외치고 있을 것이다.

새 안주인을 들이는 국립발레단은 3일 분주한 모습이었다. 강수진 신임 단장은 이날 오후 귀국, 곧바로 문화체육관광부에 들러 임명장을 받은 뒤 서울 서초동 국립발레단 사무실로 직행했다.
이로써 강 단장은 두 달간 달고다닌 '내정자' 꼬리표를 떼고 이날 비로소 공식업무를 시작했다.

강 단장은 지난달 문병남씨의 사임으로 공석이 된 부예술감독에 신무섭 지도위원을 앉혀 '강수진호'의 출항을 준비해오긴 했다. 이와 함께 지도위원 대부분을 유임시켜 최태지 전임 단장 체제를 크게 흔들지 않는 선에서 새출발을 다졌다. 이는 국내 실정에 익숙지 않은 신임 감독으로서 적응기를 고려한 인사로 볼 수 있다.

강 단장을 새 수장으로 한 국립발레단의 올해 공연은 다음달 13∼16일 '라 바야데르'(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를 시작으로 문을 연다. 볼쇼이 발레단의 유리 그리가로비치 버전으로 지난해 초연됐던 작품. 고대 인도 사원을 배경으로 120명의 무용수, 200여벌의 의상이 동원되는 블록버스터 발레다. 강 단장이 당장 할 일도 이 '라 바야데르' 캐스팅이다. 주역을 누구에게 맡길지 그 결과에 따라 강 단장의 향후 스타일을 가늠해볼 수 있다. 이 밖에 4월 '백조의 호수', 6월 '돈키호테', 12월 '호두까기 인형'이 예정대로 진행된다. 신작은 10월께 올릴 계획인 가운데 작품 선정은 최종 결단만 남은 상태다.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은 유니버설발레단(UBC·단장 문훈숙)은 지난달 일본에서 가진 해외 초청공연으로 몸을 풀었다. 국내 무대로는 오는 21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펼칠 스페셜 갈라가 첫 공연이다. UBC의 30년 레퍼토리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무대로, UBC와 인연이 각별한 해외 스타 발레리나들이 대거 출연한다. 아메리칸발레시어터 수석무용수 서희,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수석무용수 강효정 등이 그들이다. 그간 갈라 무대를 거의 한 적이 없는 UBC는 30년 역사를 이 공연에 담겠다는 각오다.

모던 발레 스타 안무가 나초 두아토의 신작 '멀티플리시티'(4월 25∼27일·LG아트센터)도 UBC의 올 최대 야심작 중 하나. 정통 모던을 표방하는 이 무대는 과거 여러 모던 작품을 한꺼번에 올렸던 '디스 이즈 모던'과 달리 오직 나초 두아토에만 집중한다. 국내에 광범위한 팬을 거느리고 있는 두아토는 공연에 즈음해 직접 내한할 예정이다.

UBC 30주년 기념작으로 올려질 발레 '춘향'(9월 27∼28일·세종문화회관)은 이미 웰메이드 창작발레로 자리잡은 '심청'의 뒤를 이을지 주목된다. UBC는 지난 2007년 초연된 이 작품을 총체적으로 업그레이드시켜 재탄생 수준으로 무대에 올린다. 흥행불패를 자랑해온 '지젤'(6월 13∼17일·예술의전당) 공연도 올해 라인업에 들어가 있다.


해외 빛나는 무용들의 방한 무대도 슬슬 예열 상태에 들어섰다. 혁신의 안무가 피나 바우쉬의 유산을 간직한 독일 부퍼탈 탄츠테아터의 '풀문'(Full Moon·3월 28∼31일·LG아트센터)은 올 국내 전체 무용 공연 중 첫손에 꼽을 만한 기대작이다.
이에 앞서 '토토의 천국'을 연출한 벨기에 영화감독 자코 반 도마엘과 그의 부인인 안무가 미셸 안느 드 메이의 감각적인 무용 '키스 앤 크라이'(3월 6∼9일·LG아트센터)가 새봄을 깨운다.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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