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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수명’은 자본주의가 만든 불필요한 낭비

최진숙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17 17:44

수정 2014.10.28 06:36

‘제품 수명’은 자본주의가 만든 불필요한 낭비

1881년 에디슨이 만든 인류 최초의 전구 수명은 1500시간이었다. 기술의 비약적 진보를 경험한 1920년대 전구 평균 수명은 2500시간이다. 그렇다면 요즘 사람들이 쓰는 전구 수명은? 1000시간 아래에 있다. 이유는 에너지 회사들의 담합 때문이다. 수리가 불가능한 아이팟 배터리의 수명은 제조단계부터 18개월로 제한돼있는 것은 이미 다 아는 이야기다.

기술의 진보와 역행하는 이 흐름을 경영학에선 '계획적 진부화'라고 부른다.
기업이 내구 소비재의 대체 수요를 증대할 목적으로 제품을 계획적으로 진부화시키는 행동 일체를 일컫는 말이다. 결국 인위적으로 수명을 단축하거나 결함을 삽입해 똑같은 부품과 제품을 자꾸 사게 만드는 것이다.

곳곳에 이런 사례는 있다. 프린터에는 인쇄매수가 1만8000장이 넘으면 자동으로 작동을 멈추게 하는 마이크로 칩이 들어있다. 1940년 듀폰사에서 출시된 스타킹은 올이 풀리지 않고 자동차 한대를 끌 수 있을 만큼 튼튼했지만, 지금 그런 스타킹을 만드는 회사는 지구상에 한 군데도 없다.

프랑스 경제학자, 철학자인 저자는 자본주의 소비사회를 이끌어가는 세 가지 요소로 광고, 신용카드, 그리고 이 계획적 진부화를 꼽았다. 이 세 가지 코드가 맞물리면서 소비의 욕망은 부추겨지고, 낭비를 일삼는 충실한 소비자로 길들여지고, 상품에 대한 불필요한 필요가 갱신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진부화의 출발점은 성장에 중독된 현 생산 시스템이라고 지적한다. "제품의 교체주기, 폐기시점을 앞당기는 것은 자본주의 체제의 필요와 잘 맞아떨어진다.
제품이 불멸성을 지니게 되면 생산 시스템은 종말을 맞게 될 것이다. 생산이 계속되려면 지속적으로 제품은 죽어야 한다.
제품들의 죽음 덕분에 성장과 소비의 사회가 목숨을 이어간다"는 것. 그는 지금의 이 벼량끝 생태계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성장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의 전파라고 주장한다.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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