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20년전 작품 다시 올리는 대가들..이윤택 vs 오태석

최진숙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6.16 17:07

수정 2014.06.16 17:07

오태석의 '백마강 달밤에'
오태석의 '백마강 달밤에'

초연된 지 20년도 더 된 작품을 지금 와서 다시 올리는 저의는 뭘까.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두 대가의 대답은 이렇다.

"쓸 만하면 계속해서 새것으로 태어나는 게 문화 축적 아닌가. 새것만 찾고 묵은 건 해도 안봐주는 시대, 경종을 울리고 싶다." "이 작품이 난감한 일이 많은 이 시대에 큰 복이 오도록 해주길 빈다. 우리 말이 고운 말이라는 것, 우리가 어디서부터 왔는지 말해주고 싶다." 전자는 이윤택(62), 후자는 오태석(74)의 말이다.

20대 중반에 등단해 극작과 연출을 아우르며 지금까지 숱한 화제작을 냈던 두 거장은 나란히 자신들의 20년 전 초연작을 매만져 다시 무대를 만든다.


그간 이윤택은 '시민 K' '오구' '어머니' 등 한국적 연희의 전통에 연극 원형을 찾으면서도 한 인간의 인생 전체를 관통하는 작품을 자주 올렸다. 연산군, 장영실, 혜경궁 등 역사적 인물에 대한 천착도 많았다. '길 떠나는 가족'은 식민·분단의 아픈 시대를 살며 예술혼을 불태웠던 화가 이중섭의 드라마틱한 생을 담은 김의경 원작을 토대로 1991년 이윤택이 연출한 작품이다. 초연 당시 뛰어난 대본과 감각적 연출, 동심을 자극하는 오브제의 강렬함으로 장안의 화제가 됐다.

이윤택의 '길 떠나는 가족'
이윤택의 '길 떠나는 가족'


오는 24일부터 7월 13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다시 올리는 무대는 서도민요와 흥겨운 트로트풍의 노래까지 버무려 연극의 낭만을 더 살려낸다. 식민치하 일본 여인과의 결혼, 1·4후퇴로 인한 남하, 정신병원에서 맞은 죽음 등 고단한 삶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펼쳐진다. 이윤택은 "사실적인 무대 장치 대신 배우들의 움직임을 오브제로 활용할 것"이라며 "이들의 몸이 이중섭의 소가 되고 그림이 된다. 그림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사물들의 생생함과 잘 어우러질 것"이라고 했다. 주인공 이중섭은 연희단거리패 배우 출신 지현준이 맡는다. 2만~5만원. 1644-2003

오태석은 1960년대 말 서구 부조리극으로 눈을 떴지만 70∼80년대를 지나며 전통 소재에 전 세계 연극적 요소를 창의적으로 활용해, 한국적 연극을 새롭게 창조한 거장으로 획을 그었다. 지금까지 60여편이 넘는 작품을 했고, 무대는 저마다 토속적 색채가 물씬했다. 그의 희곡 '춘풍의 처' '자전거' '부자유친'은 고교 국어 교과서에도 실려 있다.

오태석과 그의 극단 목화레퍼터리 컴퍼니는 1993년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개관 기념작으로 초연됐던 '백마강 달밤에'를 20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서울 남산예술센터에서 다시 올린다. 작품은 은산별신제 틀을 기본으로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서로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골자다. 충청남도 선암리 백제 성터에서 백제 병사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이 무더기로 발견되자 그 원혼을 달래기 위한 제가 올려진다. 하지만 대동굿을 주제해오던 노무당이 몸져 눕는 일이 생기자 수양딸 순단이가 제를 지내려고 한다.
그때 노무당은 순단의 전생이 백제 의자왕을 찌른 신라 첩자 금화라는 것을 꿈에 보고 마을에서 쫓아낸다. 금화의 혼을 받은 순단이는 과거와 화해하기 위해 의자왕을 찾아 떠난다.
무대는 시공을 넘나드는 재미, 오태석 특유의 굿판으로 흥겹게 달궈진다. 전석 3만원. (02)745-3966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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