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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art와 함께하는 그림산책] 경계를 알 수 없는 修身의 결정체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9.11 16:54

수정 2014.11.20 11:33

[fnart와 함께하는 그림산책] 경계를 알 수 없는 修身의 결정체

먹이 번지고 스며 그 경계가 모호하다. 한국 전통의 닥종이를 물에 불린 후 주무르고 반죽하는 과정을 거쳐 그림을 그리는 정창섭 화백(1927~2011)의 1977년작 '리턴 77-E'다.

흔히 '그리지 않은 그림'으로 불렸던 정창섭 화백의 작품을 비롯해 윤형근(1928~2007), 박서보(83), 정상화(82), 하종현(79), 이우환(78), 김기린(78) 등 1970년대 단색화 운동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작가들의 대표작과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가 오랜 기간 준비해온 '단색화의 예술'전이다.

단색화는 1970년대 시작된 한국 고유의 화풍으로, 여러 색채 대신 한 가지 색채나 그와 비슷한 색채로 구성하는 회화 양식을 일컫는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돼온 단색화는 최근 들어 국내 유수 화랑과 미술관 등에서 여러차례 조명할 정도로 붐을 이루고 있다.
이번 전시도 지난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렸던 '한국의 단색화'전의 윤진섭씨가 초빙 큐레이터로 참여했다.

윤진섭 큐레이터는 "단색화의 요체로 꼽히는 촉각성과 정신성, 행위성은 하나의 공간에서 겹치거나 스며드는 등 서로 맞물리며 궁극의 지점을 향해 나아간다"면서 "이런 경향은 이번 전시에 출품된 여러 작가들의 작품에도 고르게 스며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 '묘법' 시리즈를 내놓은 박서보 화백은 "한때는 '저것도 그림이냐'며 사회적 멸시도 받았지만 내 작품은 스님이 반복해 독경하듯 끊임없이 반복한 행위의 결과물"이라면서 "그림은 결국 나 자신을 비워내는 도구다. 수신(修身)하는 과정의 찌꺼기가 바로 그림이다.
그냥 찌꺼기가 아니라 정신의 결정체다"라고 했다. 전시는 10월 19일까지. (02)735-8449

jsm64@fnnews.com 정순민 문화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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