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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주, 베테랑 카리 웹 꺾고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

정대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9.15 03:06

수정 2014.09.15 03:06

"많이 떨렸다. 하지만 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 악물고 플레이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다윗' 김효주(19·롯데)가 '골리앗' 카리 웹(호주)를 꺾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총상금 325만달러) 정상을 차지했다. 김효주는 14일(현지시간) 프랑스 에비앙 레뱅의 에비앙 마스터스GC(파71·6453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보기 2개에 버디 5개를 잡아 3언더파 68타를 쳤다. 최종 합계 11언더파 273타를 기록한 김효주는 웹의 추격을 1타차 2위로 밀어내고 '메이전 퀸'의 자리에 올랐다. 우승 상금 48만7500달러(약 5억417만원)다.


김효주는 세계랭킹 20위 자격으로 이번 대회에 초청 선수로 출전했다.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서 3승을 거두며 대상, 상금 순위, 평균타수 등에서 1위에 랭크된 것이 초청의 '밀알'이 됐다. 김효주는 이번 우승으로 LPGA투어에 진출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LPGA투어는 비회원 신분인 선수가 투어에서 우승하면 투어 출전권을 준다. 물론 김효주 자신이 투어 정식 멤버 가입을 신청해야만 한다. LPGA투어 메이저대회 역대 세 번째로 어린 나이에 우승한 김효주의 세계랭킹은 20위에서 10위로 10계단 상승했다.

그야말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근래에 보기드문 명승부였다. 1타차 단독 선두로 마지막 라운드에 임했지만 상대가 웹이어서 우승은 낙관할 수 없었다. 게다가 김효주는 1라운드에서 10언더파 61타를 쳐 남여 통틀어 메이저대회 최소타 기록을 작성했지만 2, 3라운드서 1타씩을 잃어 상승세가 한 풀 꺾여 있는 상태였다. 반면 웹은 골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여자 골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LPGA투어 통산 41승(메이저대회 7승 포함) 중 지금은 없어진 1999년 듀 모리에 클래식 우승을 포함해 각기 다른 5개의 메이저대회서 우승을 차지해 '슈퍼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기도 했다.

웹이 1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으면서 팽팽했던 균형의 추는 2번홀(파3)에서 김효주 쪽으로 급격히 기우는 듯 했다. 김효주가 티샷을 1m 가량 붙여 가볍게 버디를 잡은 반면 웹은 파온에 실패한 뒤 두 번째샷마저 그린에 올리지 못해 순식간에 2타를 잃었기 때문이다. 9번홀(파5)에서 나란히 버디를 잡으면서 두 선수의 타수는 3타 차이로 벌어져 웹의 패색이 짙어 보였다. 그러나 후반에 들어서자 '베테랑' 웹의 진가가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10번, 11번홀(이상 파4)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 추격에 시동을 건 웹은 14번(파3), 15번홀(파5)에서 또 다시 잇따라 버디를 추가해 김효주를 바짝 긴장시켰다.

11번과 12번홀(파4) 연속 버디로 단독 선두를 유지하던 김효주에게 첫 번째 위기가 찾아 온 것은 14번홀(파3)이었다. 이 홀에서 3퍼트로 1타를 잃은 김효주는 웹에게 1타차로 쫓겼다. 기세가 오른 웹이 15번홀(파5)에서 벙커샷을 홀 옆 1m에 붙여 버디를 잡으면서 선두자리는 김효주와 웹이 공동으로 꿰찼다. 그리고 급기야 16번홀(파3)에서는 김효주가 다시 1타를 잃는 바람에 웹이 1타차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극도로 긴장한 김효주는 17번홀(파4)에서 두 번째샷을 뒷땅을 치면서 또 다시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세 번째샷을 핀 1m에 붙여 파세이브에 성공하면서 재역전의 불씨를 살렸다.

승부의 결정적 분수령은 마지막 18번홀이었다. 이 홀은 작년까지만 해도 파5홀이었으나 파4홀로 세팅되므로써 이번 대회서 가장 어려운 홀이 되었다. 웹의 두 번째샷은 그린 가장자리, 김효주는 핀 5m 지점 그린에 볼을 올렸다. 샌드 웨지 블레이드로 날린 웹의 어프로치가 홀을 3m 가량 지나치자 신중하게 라인을 살피던 김효주는 침착하게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파퍼트를 남긴 웹을 압박했다. 하지만 파를 잡으면 연장전에 들어갈 수 있었던 웹은 지나치게 긴장한 나머지 파퍼트에 실패하므로써 피를 말리는 접전에 마침표를 찍었다.


초청 선수로 출전한 장하나(22·비씨카드)도 허미정(25)과 함께 공동 3위(최종 합계 9언더파 275타)에 입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최근 샷감을 끌어 올린 최나연(27·SK텔레콤)이 5위(최종 합계 8언더파 276타)에 입상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커리어 그랜드슬램' 퍼즐 완성에 도전했던 박인비(26·KB금융그룹)는 공동 10위(최종 합계 2언더파 282타)에 그쳤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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