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지)<현장클릭>프로골프 선수들이 경기를 보이콧한 까닭

정대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4.28 11:25

수정 2010.04.28 11:56

지난 27일은 한국프로골프사에 한 획을 긋는 날이었다. 한국프로골프투어(이하 KGT) 선수회가 원아시아투어 대회 불참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총회를 통해 최종 확정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선수들의 이러한 행동은 일견 1968년에 ‘한국프로골프의 발전을 위해 프로골퍼의 자질과 기술향상을 도모하고 국제경기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국제친선에 기여하여 국위선양을 목적으로 설립한다’라는 한국프로골프협회(회장 박삼구)의 설립배경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위로 보여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 보면 자신들의 삶의 터전인 대회를 보이콧한 선수들만 탓할 문제는 아니다. 그 이유는 이렇다. 우선 선수들이 지적한 대로 총상금 100만달러 이상의 대회를 창설해 장기적으로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나 유러프로골프(EPGA)처럼 경쟁력있는 투어로 발전시킨다는 취지로 출범 2년째를 맞은 원아시아투어가 당초 취지대로 가고 있느냐는 점이다.
선수들은 출범 원년인 작년에 치러진 4개 대회, 그리고 올해 예정된 10여개 대회 중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대회는 단 한 개도 없고 모두가 기존투어에서 흡수했다고 주장한다.

원아시아투어 측의 ‘밀어 붙이기식’ 일처리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선수들은 원아시아투어의 이사인 대한골프협회(회장 윤세영·이하 KGA)가 GS칼텍스매경오픈과 SK텔레콤오픈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은 철저히 배제시킨 채 일방적 통보 형식을 취했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KGT가 원아시아투어 이사로 참여하게 된 배경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회원국인 호주(호주프로골프협회), 중국(중국골프협회)은 각각 한 개 단체인데 왜 굳이 우리는 두 단체가 이사로 참여했느냐는 점이다.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SK텔레콤오픈도 만약 주관단체였던 KGT가 이사가 아니었더라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었다.

선수들은 보이지 않은 무서운 힘의 논리 때문에 그렇게 됐다고 말한다. 그 실체가 공개되면 걷잡을 수 없는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고도 한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을 위해 선수와 대회를 볼모로 했다면 제 아무리 좋은 명분일지라도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은 분명하다. 차제에 ‘밀실담합’의 진상은 밝혀져야 한다고 본다.

물론 선수들도 ‘지금껏 원아시아투어에 참여했으면서 왜 이제와서 문제제기를 하느냐’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할 것이다. 선수들은 스폰서의 지원과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고 더 이상의 파국을 막는 것에 지혜를 모으길 바란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중재자의 역할을 해야할 원로들의 움직임이 평상시와는 달리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엄청난 힘과 싸우고 있는 우리는 지금 솔직이 두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제발 우리 그냥 경기에 나가게 해주세요”라는 한 소장 선수의 호소가 아직도 귓전을 맴돈다./golf@fnnews.com정대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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