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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여자목욕탕의 남자아이 동반 기준

조윤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7.31 14:02

수정 2014.10.24 19:25

#1.주말 마다 공중목욕탕을 다니던 미혼여성 A씨(27)는 이제 목욕탕을 찾지 않는다. 몇 주 전 목욕탕에서 그냥 보기에도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목욕탕에 들어와 자신의 가슴을 빤히 쳐다봐 당혹스러웠다. 그래서 그 아이에게 '그러지 말라'고 몇 번 타일렀지만 아이가 장난스럽게 몸을 훑어봤다. 화가 난 A씨는 아이 엄마에게 '이렇게 큰 아이는 데리고 오면 안되는것 아니냐'고 항의했다. 그러자 아이 엄마는 "7살 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뭘 안다고,유난스럽다", "네 생각 자체가 더러운 것"이라며 화를 내며 큰 소리를 치는 바람에 되레 망신만 당했다.

#2.여름휴가를 맞아 남편, 6살 딸아이와 경기도의 한 리조트를 찾은 B씨(37)는 단체로 여탕에 몰려 온 남자아이들로 깜짝 놀랐다.
유치원이나 학원 등에서 단체로 놀러온 것으로 보이는 6~7살 남자 아이들이 수영장에서 놀다 씻기 위해 여탕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인솔 교사들이 모두 여성이다보니 여자아이들을 씻긴 뒤 남자아이들도 모두 여탕에 데리고 들어온 것. B씨는 "애들이 뭘 알까 싶다가도 옆에서 (나의) 옷 벗은 모습을 유심히 보는걸 보니 딸 아이부터 챙기게 되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남자아이의 여자목욕탕 동반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인터넷 발달 등으로 아이들의 성적 인지 능력이 발달하면서 최근들어 논란이 더욱 확산돼 사회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목욕탕 입구에서는 주인과 이용자간에 동반 출입 여부를 놓고 실랑이가 벌어지는 것은 다반사고 탕내에서도 미혼 여성과 엄마들간에 말다툼으로 이어지는 일이 크게 늘고 있다.

현행 관련 법상에는 남아의 여탕 출입연령이 '만 5세'로 규정돼 시대 상황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과 함께 이 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어 기준 현실화와 함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어린 아이를 가진 엄마는 목욕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이런 사정을 감안해야 한다"고 항변하기도 한다.

■동반입장 남아 기준 '만 5세' 논란

현행 공중위생관리법 시행규칙상 남아의 여탕 출입연령은 '만 5세 이하' 로 규정돼 있다. 하지만 만 5세의 기준을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경기 남양주 덕소에 사는 최모양(25)은 "만 5세면 일반 나이로 6~7세인데 요즘 시대상황에서 이 나이면 알 것 다 안다. 아가씨들 들어오면 쳐다보는데 꼭 성인 남자가 보는 것처럼 기분이 나쁘다"고 털어놨다. 구리시의 한 목욕탕에서 만난 한모씨(38)도 "너무 큰 남자아이가 들어와서 목욕탕 주인에게 항의했더니 그 아이 엄마가 막무가내여서 어쩔 수 없었다고 대답해 어이가 없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13개월간 키즈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최모씨(20·남)는 "6세 정도의 남자 아이들이 여자 선생님의 가슴을 은근히 만지는 것을 여러번 봤다"며 "'어린아이는 받아준다'는 것을 마치 아는 듯이 행동해도 아이니까 (선생님들이) 뭐라고 하지 않더라. 목욕탕도 역시 불쾌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집에서 씻기면 되지 않나"고 반문했다.

이같은 분위기에 대해 아이 엄마들도 반론은 있다. 5세 남자아이를 키우는 양모씨(32)는 "만 3세 때 목욕탕 입장을 거부당한 적이 있다. (주인이) 아가씨들이 항의하면 책임질거냐고 큰소리를 치길래 두말 않고 나오긴 했는데 (모욕감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주부들이 주로 모이는 인터넷 카페에서도 "아빠는 바빠서 목욕탕에 같이 갈 시간이 없고, 아직은 혼자서 보낼 나이는 아니라서 같이 데리고 간다. 아직은 성에 관심도 없는 나이인데 좀 너무한다"는 내용의 글들이 종종 올라온다.

목욕탕 주인들도 곤혹스럽긴 마찬가지다.법상으로 남아의 여탕 출입연령 기준이 '만5세'로 규정돼 있지만 이런 이유로 아예 24개월 미만 아이만 입장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경우도 있다.

기자가 찾은 남양주·구리시,서울 서초·도봉구 등지의 공중 목욕탕은 연령 제한을 안내하는 문구를 붙인 경우는 거의 없고 출입 기준도 각기 달랐다. 만3세, 24개월 미만 등으로 규정보다 낮춘 곳도 있었지만 '엄마가 큰 소리로 우기면 (큰 애라도)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느슨하게 운영하는 곳도 여럿이었다. 아예 90cm 미만, 110cm 미만 등 키로 제한하는 경우도 있다.

목욕탕 내에서 남아 출입 기준 연령을 두고 논란이 커지자 한국목욕업중앙회는 지난 4월 '만 5세'에서 '만'을 뺀 '5세'로 개정하자는 의견을 정부에 공식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연령을 낮추는 것에 현재 유보적인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편모·편부 등 한부모가정을 비롯해 반대 목소리도 높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며 "당분간은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3~6세는 성적 호기심 인식"

여자 목욕탕의 남아 동반 출입 연령 기준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은 발육상태가 빨라지고 인터넷 등이 발달하면서 지적능력과 함께 성에 대해서도 일찍 인지하기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병수 교수는 "3~6세면 대부분 성에 대한 인식을 갖고 있다"며 "성적인 호기심이나 행동, 관심을 인식한다"고 말했다.
3세 정도면 아빠와 엄마는 성적인 구조가 다르고 엄마·아빠와의 관계는 나와는 다른 것 등 성에 대한 탐색을 계속 해 나가는 시기라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 유치원 등에서는 5~6세 아이부터는 성교육을 시작한다.


김 교수는 "아이들이 대중 목욕탕에 가는 것은 그런 환경에 매우 노출되는 것"이라며 "성에 대한 관심이 클 때 많은 여자의 나체를 보게 되니 더 많은 호기심이 생기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신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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