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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손글씨’ 열풍 분다

조윤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5.11 17:32

수정 2010.05.11 17:32

대학생들 사이에 ‘현대판 서예’인 손글씨 열풍이 불고 있다. 워드프로세서를 이용한 글쓰기가 대중화되면서 손으로 글을 쓸 일이 적어졌지만 최근 들어 다시금 직접 눌러 쓰는 손글씨의 중요성이 각광받고 있는 것.

11일 대학가에 따르면 취미나 학업 등 다양한 이유로 손글씨에 관심을 갖거나 배우려는 학생이 늘고 있다. 손글씨 관련 동아리도 생겨나고 있고 관련 공모전 및 강좌도 학교 안에서 열리곤 한다. 분야는 상업적으로 쓰이는 POP(Point of Purchase) 손글씨부터 보기 좋은 펜글씨까지 다양하다.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에 재학 중인 김모양(23)은 지난 방학부터 POP일러스트를 배워 주말 부업으로 삼고 있다. 심심풀이로 직접 쓴 손글씨를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것이 좋은 반응을 보였던 것. 틈틈이 대필 아르바이트도 병행하고 있다.
김씨는 “시간 제약이 없는데다가 일이 재밌고 쉬워서 좋다”고 말했다.

대학생 정모씨(25)는 최근 국내 한 포털사이트에서 개최한 손글씨 공모전에 참가해 금상을 수상했다. 받게 될 상금만 수백만원이다. 수상작은 심사를 통해 컴퓨터용 글꼴로도 개발된다. 정씨는 “평소 글씨가 예쁘다는 칭찬을 많이 들어 관심을 가지게 됐고 진로와 크게 관련 있는 분야는 아니지만 이러한 공모전에 입상하면 나만의 특별한 이력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전했다.

대학가의 손글씨 열풍은 취미나 동아리 활동이 아닌 학업 및 진로를 위한 조건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각종 시험에서 논술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손글씨가 합격의 당락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 언론사 입사를 준비중인 한양대 재학생 장모씨(25)는 “언론사의 논술 전형 통과를 위해 손글씨 개선을 노력하고 있다”며 “짧은 시간 안에 정해진 분량을 빠르고 곧게 써내려가기 위해 시험 준비생 중 타고난 악필들은 꾸준한 글씨 연습과 함께 필기구 선택에도 심혈을 기울이곤 한다”고 귀띔했다.

대학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에 재학중인 이모양(22)도 “전공 특성상 시험에 서술형이 많은데 긴 답안을 예쁘지 않은 글씨로 쓰다보니 글씨 때문에 성적에서 불이익을 보지는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K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일하고 있는 한모씨(30)는 “서체가 좋으면 읽기 수월하여 글 자체도 더 논리적으로 보이고 인상도 좋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대학가의 손글씨 바람에 대해 글꼴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한 공모전 심사위원은 “손글씨 열풍은 컴퓨터 자판에 익숙한 디지털 세대의 과거로의 감성적 회귀와도 관련이 있다고 본다”며 “한글의 멋스러움을 알 수 있고 아름답게 표현하게끔 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chung@fnnews.com 강청완 대학생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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