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교육일반

위기의 대학, 영역 파괴로 활로 모색

조윤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7.17 16:56

수정 2014.10.25 02:32

위기의 대학, 영역 파괴로 활로 모색

대학가에 변화의 바람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생존과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학부(학과)를 통폐합하는 등 기존의 학제를 수술하고 시대 변화에 맞춘 융.복합 학부를 신설하는 등 새로운 성장동력확보에도 잰걸음을 하고 있다. 여대에서 공과대학을 만들고 어문학 중심대학에서 어문과 통상을 합쳐 한 단계 진화된 어문 융복합 학과를 신설하는 한편 이공계위주 대학이 인문계 학과를 보강하는 등 '영역 파괴'도 잇따르고 있다.

■융복합 학부 신설로 차별화

17일 대학가에 따르면 한국외대는 지난해 LD(Language & Diplomacy·언어외교학부)에 이어 올해 LT(Language & Trade·언어통상학부)를 신설키로 했다. 2015학년도부터 신입생을 선발하는 LT학부는 한국외대의 강점인 어학과 통상을 합친 융·복합학과다. 올해 16명의 신입생을 시작으로 그 수도 단계적으로 늘려갈 예정이다.

한국외대는 이번 주말 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승인이 나면 학내 의견 수렴을 거쳐 내주 학부신설을 공식화할 계획이다.

한국외대는 '글로벌'과 '어학'이라는 강점을 내세워 국내 명문대로 떠올랐지만 최근 어학 능력이 보편화되고, 글로벌로도 여타 대학과 차별화가 어려워지자 이른바 '간판' 학과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해왔다.

한국외대는 LD·LT 등 융복합 학과를 일종의 '프리미엄' 학과로 키워낸다는 계획이다. 한국외대 측은 "이 학부들을 나오면 100% 취업을 넘어 외교관이나 통상 쪽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자부심으로 키워내겠다"고 말했다. 한국외대는 우수 학생 학보를 위해 LD 학부생과 마찬가지로 4년 전액 장학금, 개별 면학실, 파견.교환학생 우선 배정 등 다양한 특전도 마련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42명의 신입생을 선발한 LD 학과는 세계 최고의 외교관.국제인력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대입에서 LD학부의 수시2(일반전형) 경쟁률은 21.50대 1을 기록했다.

한국외대는 학생들의 실무경쟁력 강화를 위해 학문 단위도 지속적으로 손 볼 계획이다. 올해는 LT학부 외에도 인문대 안에 지식콘텐츠학부(입학정원 12명)를 신설하고, 영어학부를 '영어학과', '영미문학.문화학과', 'EICC학과'로 쪼갰다.

■시대흐름 따라 학제 등 영역파괴

숙명여대는 융합이공대학(가칭)과 데이터과학대학(가칭)을 신설하고 음대, 미대, 무용과, 체육교육학과를 예술대학으로 묶는 학제개편안을 내놨다. 주목할 만한 것은 여대로는 두번째로 공대를 신설하기로 한 것이다. 숙명여대는 이 같은 개편안에 대한 학내 갈등이 깊어지면서 일단 올해 말까지 의견 수렴 기간을 연장하고 확정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최근 잇따른 학과 통폐합 등 학제개편 움직임은 대학들의 위기감을 반영한 결과다. 일단 정원감축을 골자로 한 교육부의 대학 구조조정이 목전에 닥쳤고, 학령인구가 갈수록 감소하면서 변화는 생존전략의 하나라고 대학가는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학제개편안에 대한 학내 불만도 크다. 사회학과를 폐지하려고 했던 청주대에서는 학생들이 천막농성까지 벌이는 등 강한 반대에 부딪혔으며, 서원대는 통폐합 학과에 포함된 미술학과 학생들이 총장실을 점거하기도 했다.

학내 의견 수렴 없이 학교의 일방적인 추진으로 인한 학내 갈등으로 일부 대학들이 학제개편안을 철회하기도 했지만 대학가는 '학제개편=시대적 흐름'으로 본다. 서울지역 주요 사립대 한 관계자는 "구조조정 차원을 넘어 향후 10년, 그 이상을 준비하기 위한 생존 전략"이라며 "대학들도 변화는 피할 수 없는 선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립대 관계자 역시 "이제는 기존 전공·학제로는 (대학이) 살아남기 힘들다"며 "체질 개선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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