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피플일반

[모임에 산다 동·호·동·락] IT 취재기자 사진동호회 PS클럽

문영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10.21 19:29

수정 2014.11.04 21:24


지난 13일 경기 일산 출판단지 내 한 건물 앞. 하늘빛을 담은 원피스와 챙이 넓은 모자를 눌러 쓴 늘씬한 모델 앞에 10여명의 사진사들이 모여 플래시를 터뜨려 댄다. 모델은 연신 포즈를 바꾸고 무기(?)급 디지털카메라와 야광판 등 요란한 장비를 둘러멘 사진사들은 땅바닥에 엎드리거나 털퍼덕 주저앉는 등 촬영에 여념이 없다.

촬영장엔 어느새 나들이 나온 가족들과 지나가던 연인들까지 모여들어 “누구야? 연예인이야?”하며 호기심 어린 시선을 보낸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정보통신(IT) 분야 취재기자들이 모여 만든 사진동호회 ‘PS클럽’ 회원들이다. 물론 사진에 대해 전문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아마추어들이다. 이날 모델이 된 사람도 다름아닌 전자신문 보안솔루션 담당 김인순 기자다.
동호회 이름인 PS도 ‘언론(Press)’과 ‘전문카메라(SLR)’를 합성해 만들었다.

회장인 박응식씨(40·머니투데이 기자)는 “대부분 언론사 기자들이지만 사진기자는 한 사람도 없다”며 “우린 스스로가 모델이 되기도 하고 사진사가 되기도 한다”고 동호회를 소개했다.

지난 2월 3∼4명으로 출발한 모임은 어느새 16명으로 불어났고 최근엔 사진에 취미가 있는 일반 기업체 직원들도 몇명 가세했다.

한 회원은 “기자들 모임이라고 청바지 차림의 칙칙한 모델 모습만 떠올리면 좀 곤란하다”며 “사진 찍으러 가는 날은 완전히 탈바꿈한 모습에 서로 깜짝 놀라곤 한다”고 귀띔했다.

곱게 화장도 하고 머리도 빗고 옷장속 깊이 감춰둔 나들이 옷과 굽이 높은 구두까지 맞춰 신고 나서면 그날은 한껏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일급(?) 모델이 된다.

박씨는 “동료들을 서로 촬영하는 동안 웃음소리가 떠나가곤 한다”며 “쌓였던 스트레스가 훨훨 날아가 버리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이런 날이 되풀이되면서 회원들은 어느새 가족 이상으로 끈끈한 사이가 돼 버렸다.

출근시간은 있어도, 퇴근시간은 따로 없는 바쁜 기자생할에서 한달에 한번 휴일에 동료 기자들을 만나 스트레스를 풀고 평소 볼 수 없었던 서로의 모습을 찾아 주는 즐거움이 지금의 PS클럽을 있게 한 원동력이 된 셈이다.

PS클럽은 자랑이 하나 더 있다. 찍은 사진을 홈페이지나 카페가 아닌 ‘팀블로그’ 형태로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각자 자신의 사진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출사 후 사진을 올리고 다른 회원들의 관련 포스트(사진)에 트래백(엮인글)을 건다. 따라서 어느 멤버의 블로그를 방문하든지 한 곳에서 다른 멤버들의 작품을 모두 볼 수 있다. 다른 회원들이 어떤 구도로 어떻게 촬영했는지를 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요즘 PS클럽 회원들은 작은 꿈 하나를 키우고 있다. 자신들의 색다른 모습을 찍은 사진들을 모아 내년 봄 불우이웃 자선기금 마련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jinnie@fnnews.com 문영진기자

■사진설명=사진동호회 PS클럽 회원들이 지난 13일 경기 파주 출판단지에서 사진을 찍고 난 후 박응식 회장(오른쪽 끝) 주위에 모여 화목을 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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