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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이사람] ‘고법의학’ 부활시킨 복치의학회 노영범 회장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4.12 18:44

수정 2010.04.12 18:44

“한의학이 보약을 주로 처방하는 식품영양학과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복치의학회 노영범 회장(부천한의원 원장)은 한의학이 정통의학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의학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이미지는 ‘침과 한약’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약은 보약을 짓는데 그치는 게 현실이다. 이를 치료 한약으로 바꾸기 위한 한의사들의 모임이 바로 복치의학회다.

이들은 알려진 한의서인 동의보감이 아니라 고법의학인 ‘상한론’을 기초로 ‘복진’을 통해 치료한다.


보통 한의사들은 환자에게 침과 한약을 처방하기에 앞서 맥부터 짚는다. ‘맥진’은 맥의 박동상태를 손가락 끝 감각으로 느껴 질병을 진찰해 내는 것이다. 반면 복진은 배를 눌러 질환을 찾아낸다.

‘고법의학’은 2500년 전 ‘상한론’의 저자 장중경을 시초로 한다. 이 진단법은 의사들이 양반의 몸에 손을 댈 수 없게 되면서 명맥이 끊겼다. 이후 일본 에도 시대의 의학가인 요시마스 도도가 상한론의 정밀한 분석을 통해 그 실체를 재현해 냈다. 국내에서는 노 회장이 23년 전 이를 받아들여 고법의학을 부활시켰다.

노 회장은 “학교에서의 교육은 질병치료보다는 현상유지와 보약 짓기 등에 치우쳐 있다”면서 “한의학 고대 문헌에서 복진이라는 개념을 접하고 10년 전부터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고법의학은 일반 한의학과 한약처방도 다르다. 보통 다섯 가지 한약재 내에서 처방을 끝낸다. 약이 가진 개성을 최대한 살려내기 위함이다. 때로는 생쌀과 검정콩을 메주처럼 발효시킨 ‘향시’도 환자상태에 따라 약재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약으로 인체의 독, 병독을 다스리는 ‘이독제독(以毒制毒)’이 기본 처방원리다.

복치의학회는 ‘명의인증서’를 발급한다. 2006년 8월 창립된 복치의학회는 정회원 213명, 준회원 2840명, 대학교수 자문위원 21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 중 6개월간 아카데미를 수료하고 3년간 의료 봉사활동을 한 후 8명의 명의 앞에서 진료한 치료율이 70%를 넘겨야 자격증이 주어진다.


노 회장은 “한의학의 살 길은 난치병 정복에 있다”며 “실력을 키우지 않고 마케팅에만 관심을 기울이다 보니까 ‘보약’에만 혈안이 돼 있는 학문으로 오해받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복치의학회는 앞으로 난치병인 암을 치유하는 ‘암재활치료센터’를 만들 계획이다.


그는 “암은 우리 몸 독소 중 가장 마지막 단계”라며 “깊은 산에 암환자들을 치유할 수 있는 센터를 만들어 학회 한의사들과 함께 치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pompom@fnnews.com 정명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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