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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 “택시기사 건강이 안전운전의 시작”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12.13 17:38

수정 2012.12.13 17:38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 “택시기사 건강이 안전운전의 시작”

"택시기사들이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 신나게 강의할 수 있었습니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사진)는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서울 신천동 서울시교통연수원에서 1주일에 두번씩 총 73회에 걸친 건강 강의 일정을 마친 뒤 13일 이 같은 소감을 밝혔다.

물론, 안 교수 혼자 70회 이상 강의를 한 것은 아니다. 안 교수가 재직하고 있는 강남세브란스병원의 내분비내과 교수 8명을 비롯해 다른 과 교수들이 번갈아가면서 강의를 진행해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안 교수가 택시기사들을 대상으로 건강강좌를 하겠다고 생각한 것은 3년 전이었다. 당시 택시를 탔던 안 교수는 택시기사에게서 "대학병원에 가면 치료비가 비싸고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한다"는 오해의 말을 듣게 됐다.

이후 그는 택시기사들이 제대로 된 건강강좌를 듣게 되면 이 같은 오해가 풀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택시기사에게 물어 서울 잠원동에 차고지가 있는 모 택시회사에서 강의를 한 적도 있다. 하지만 차고지에 들른 사람들은 잠깐 들러 쉬거나 식사하느라 바빴기 때문에 제대로 강의를 듣지 못했다. 택시기사들을 상대로 제대로 된 강의를 하겠다는 목표가 실현되지 못한 것이다.

안 교수는 다시 서울시 교통국 등을 찾아가 방법을 모색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택시기사에게 1년에 4시간씩 보수교육을 받는다는 정보를 듣게 됐다. 그래서 서울시교통연수원을 찾아가게 된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강의를 한 것은 아니다. 서울시교통연수원에서도 보수교육에 건강강좌를 넣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고민을 해야 했던 것.

하지만 드디어 올해 서울시교통연수원에서 연락을 해 강의하게 됐다.

건강강좌로는 내분비내과 교수들이 당뇨병·갑상선·대사증후군 등 '알아두면 좋은 건강상식'을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고 성인병 예방, 소화기암의진단과치료, 만성간질환의 이해, 일반인이 알아야 할 척추질환, 배뇨장애와 전립선비대증, 건강한 척추를 만드는 건강한 자세, 흡연과 폐암 수술 등 다양하게 이루어졌다.

강의는 성공적이었다. 택시기사들의 설문 결과, 이전 강의보다 강의 평가가 좋았기 때문이다.

서울시교통연수원에 따르면 예전 강의에 비해 많은 사람인 2만6000여명이 강의를 들었다.

주로 본인 질환과 관련이 있는 부분에 대한 강의 수강률이 높게 나타났다. 50세 이상 남성들이 많이 걸리는 전립선 등 비뇨기과 강의나 흡연을 많이 할 경우 걸릴 수 있는 폐암 강좌에 사람이 몰렸다.

또 강의가 끝난 후에는 본인 질환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질문을 하기도 해 강연시간을 훌쩍 넘기는 일도 많았다.

김대근 서울시교통연수원장은 "택시기사들에게 주로 안전교육이나 친절교육을 많이 하는 편인데 이번에 새롭게 건강강좌를 진행했더니 호응도 좋고 강의 집중도도 훨씬 높았다"며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들기 때문에 본인의 건강을 챙겨야 서민의 발 역할을 하는 택시기사들도 더 친절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서울시교통연수원은 내년에도 건강강좌를 보수교육에 넣기로 했다.

안 교수는 "내년에는 택시기사뿐 아니라 버스기사 등 다양하게 대상을 넓혀 강의를 할 것"이라며 "이번에는 첫해라 단순히 건강에 대한 강의를 했지만 앞으로 간단한 진료나 상담도 할 수 있는 진화된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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