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칼럼] 애플-삼성-구글/김성호 주필

김성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8.30 18:25

수정 2014.11.05 11:52

애플과 삼성의 스마트폰 대결에 검색·운영체제의 1인자 구글이 뛰어들었다. 바야흐로 스마트폰 대전은 중국의 삼국지를 방불케 한다. 애플·삼성·구글의 21세기 신 삼국지를 3세기쯤의 구 삼국지에 비정(比定)해 본다.

우선 애플은 위(魏)나라다. 위는 광대한 영토와 인구로 한(漢)의 정통성을 계승했다. 최초의 PC를 만든 애플이 '내 손 안의 PC'로 발전하는 스마트폰의 원조가 된 것은 당연하다.
애플의 영수 스티브 잡스는 위의 조조다. 조조는 '난세의 간웅' 즉 꾀가 많은 영웅이다. 그는 시를 잘 짓고 지략과 감성이 풍부하다. 잡스도 '탁월한 직관을 지닌 몽상가, 잔머리를 굴리는 능숙한 수완가'로 일찍 정평이 나 있었다.

잡스의 개성과 카리스마는 신제품을 소개하는 프레젠테이션에서 유감없이 드러난다. 최근 미국 CNN방송은 2007년 아이폰 출시를 소개하는 잡스의 명연출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잡스는 매번 현란한 수식어를 사용한다. '예사롭지 않은' '눈부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등이 그가 애용하는 말이다. 그래서 2010년 1월 아이패드를 공개할 때는 언론으로부터 '희망인가 허풍인가'라는 비판도 들었다. 허풍이라고 몰아세운 언론은 지금 반성하고 있을 게다.

잡스가 2005년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에서 행한 "남의 인생을 사느라고 자신의 인생을 낭비하지 말라"는 연설도 만인의 두뇌에 각인됐다. 마치 조조가 양자강 중류의 형주 땅을 두고 '계륵(鷄肋)'이란 말을 인구에 회자시킨 것과 같다. 조조는 전략적 요충인 이 땅을 '먹자니 거추장스럽고 버리자니 아까운' 닭갈비에 비유했던 것이다. 감성과 직관이 풍부한 두뇌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은유법이다.

다음, 삼성은 오(吳)나라다. 적벽대전 직전 오나라를 찾은 제갈량은 강동 땅의 문물의 은성과 인재의 넉넉함에 감탄했다. 한국의 최대 기업군 삼성도 비슷한 평가를 받는다. 삼성의 영수 이건희는 손권과 같다. 과묵하고 신중하며 의심한다. "삼성이 1등이라고? 방심하면 하루 아침에 구멍가게다" "전망이 밝다고? 10년 후 20년 후를 누가 알겠는가"

그리고 구글은 촉(蜀)나라다. 구글은 검색 엔진 부동의 1위만으론 모바일 대전에서 살아남을 수 없음을 터득하고 하드웨어 분야에 진출했다. 벽지에 웅숭그린 촉이 드디어 중원에 진출한 것이다. 구글은 지식을 장악하고 애플은 제품을 장악하면 평화로울 것이라는 잡스의 제언을 보기좋게 걷어찼다. 그래도 구글의 에릭 슈밋은 유비에 비유된다. 온후하고 겸손하다. 구글은 모바일폰 운영체제 안드로이드 방식을 업계에 개방했다. 구글의 경영 모토는 '사악하지 말자(Don't be evil)'이다.

위·오·촉이 대립과 제휴를 번갈아 한 것처럼 애플·삼성·구글 관계도 마찬가지다. 애플은 삼성으로부터 1년에 6조원 어치의 부품을 사간다. 그리고 세계 9개국에서 삼성에 특허 소송을 걸고 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를 쓰도록 삼성에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자체 스마트폰을 만들 경우 삼성의 등을 찌를 준비도 하고 있다.

2011년 8월 24일은 신 삼국지에 지각 변동이 일어난 날이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지병 악화로 현역에서 은퇴한 것이다. 이건 구 삼국지에서 조조 또는 촉의 승상 제갈량의 죽음에 비견되는 대사건이다. 독불장군 잡스는 뚜렷한 후계자를 정하지 않았다. 팀 쿡을 비롯한 몇몇 천재들이 집단 후계 체제를 형성했다. 바로 직전에 구글의 영수 에릭 슈밋도 물러났다. 노련미를 잃은 여기도 래리 페이지 등 창업 천재들이 일선에 나서게 됐다.

2명의 버거운 상대를 떠나 보낸 이건희는 요즘 바쁘다. 천하의 인재를 모아 '포스트 잡스' 이후의 전략을 세우라고 참모들에게 다그친다.
참모들은 200달러 이하의 저가 스마트폰으로 천하를 제패할 계획을 짰다. 삼성판 카카오톡 기술을 공개하기도 했다.
신 삼국지에선 오 나라도 천하를 통일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야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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