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차관칼럼

[차관칼럼] 지식·기술의 나눔이 곧 청정원조/이수원 특허청장

박지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11.21 18:11

수정 2010.11.21 18:11

역사적인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우리나라가 중심이 돼 그야말로 세계 경제의 핵심 이슈라 할 수 있는 환율갈등 조정, 국제통화기금(IMF) 개혁,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 등에서 굵직한 성과를 이뤄내는 개가를 올렸다.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의 변방국에서 국제사회의 주요 이슈를 조율해 나가는 중심 의장국으로 위치가 변모하게 되는 중요하고도 역사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이와 더불어 이번 서울 G20정상회의에서 우리나라는 또 하나의 커다란 진전을 이뤄냈다. 그것은 G20 정상회의 사상 최초로 개발도상국 지원 이슈를 의제화하고 ‘코리아 이니셔티브(Korea Initiative)’라는 이름으로 이를 채택한 것이다. 세계 경제의 지속적 성장에 있어 선·후진국 간의 격차가 갈수록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단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이 같은 이슈를 의제화한 것은 G20 논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것이라고 평가될 수 있다.

하지만 개발도상국 지원 이슈를 ‘코리아 이니셔티브’로 지속적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앞으로가 더 중요할 것으로 본다. 경제·산업·교육·과학 등 각 분야에서 이를 실천하기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지식재산 분야 역시 개도국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대표적 분야 중 하나다.

사실 선·후진국 간의 격차는 국내총생산(GDP)에서보다는 지식재산 분야에 있어 차이가 더욱 두드러진다. G20 국가가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5%이지만 이들 국가의 전 세계 특허출원 점유율은 94%에 육박한다. 이런 불균형에서 벗어나기 위해 많은 개도국이 지식재산 분야의 자국 역량을 높이려 노력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단기간에 지식재산 분야 후발국에서 세계 4위의 강국으로 성장한 우리나라의 사례를 주목하고 있다.

특허청은 지식재산분야 세계 4위로 성장한 경험을 활용, 다양한 지식재산 나눔사업을 펼치고 있다. 특히 ‘지식재산’과 ‘개발원조’를 접목한 새로운 개념의 지재권 지원사업을 추진함으로써 개도국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사실 후진국들이 당장 필요로 하는 지식재산, 즉 기술은 첨단기술이라기보다는 물·식량·에너지 등 당장 삶에 직결되는 기본적 기술들일 것이다. 특허청은 이에 착안해 우리의 특허문헌에서 이런 기술들을 발굴, 보급하는 ‘적정기술 보급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적정기술’이란 선진국에서는 활용가치가 높지 않으나 개도국에서는 효용이 큰 기술을 말한다. 특허청은 국내 비정부기구(NGO)인 굿네이버스와 공동으로 벌목금지령이 내려져 취사에 곤란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 차드 주민들에게 사탕수수 껍질을 이용한 사탕수수 숯 제조기술을 보급한 바 있다.

또 ‘브랜드’라는 지식재산을 활용한 나눔지원사업도 개도국에 펼치고 있다. 괜찮은 품질에도 불구하고 상표 및 브랜드의 미비로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는 개도국 상품들에 대한 브랜드 생산, 지원사업이 그것이다. 작년에는 한국 YMCA가 공정무역의 일환으로 수입·판매하는 동티모르산 커피에 대해, 올해는 차드의 건조망고 제품에 대해 브랜드를 개발, 제공했다.

이처럼 지식재산을 활용한 나눔 사업은 ‘현물’이 아닌 ‘지식’과 ‘기술’로 개도국의 자립을 꾀한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리 힘이 약한 환자에게 휠체어만을 선물하는 것보다 걸을 수 있도록 다리 근육을 길러 주는 재활 치료법을 병행해 주는 것이 더욱 바람직한 치료법인 것처럼 지식재산 나눔사업은 개도국이 스스로 빈곤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자립유도형 원조라 할 수 있다.

또 돈이나 자원을 제공해주는 원조는 사회, 환경적 문제를 발생시키는 데 비해 지식과 기술을 활용한 지원은 공해를 발생시키지 않는 그야말로 ‘청정원조’가 아니겠는가.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녹색성장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도 강조되는 이 시점에 기술과 브랜드 등 지식재산을 활용한 나눔사업은 성장과 보존을 병행해 추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나눔’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남보다 잘하는 분야에서 나의 재능을 활용해 이웃을 돕는 것이 바로 나눔의 시작일 것이다. 우리의 지식재산 발전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의 지식과 기술을 활용해 인류 모두가 더불어 잘 사는 지식재산 공동체를 구현해 나간다면 이것이 바로 G20 의장국이자 국제사회 리더국으로서의 국격을 높이는 길일 것이다.
지식재산 나눔사업에 더 많은 과학자와 연구자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이런 나눔의 기회가 다방면으로 더욱 확대되기를 기대해 본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