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국감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살펴보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추스를 때다. 지난 1일 이 부회장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직후에 결혼패물과 현금 6억원을 대여금고에서 찾아간 사실을 시인했다. 큰 기업이 흔들릴 때마다 오너 일가 또는 경영진의 부도덕한 행위가 여론을 악화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법정관리 전후에 개인재산부터 빼돌리는 행위는 마치 침몰하는 배에서 가장 먼저 뛰어내리는 비겁한 선장을 연상시킨다.
이 부회장은 "결혼패물을 피해자 구제를 위해 내놓을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남편 현재현) 회장님 뜻대로 다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아쉽다. 왜 "당장 내놓겠다"고 말하지 못하는가. 이 부회장은 패물로 나빠진 여론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피해자들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죄송하다"고 한 말과도 배치된다.
제2의 동양사태를 미리 방지하는 것은 이번 국감이 금융당국에 맡긴 숙제다. 신 위원장은 관리채무계열 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금은 채권은행들이 빚 많은 기업을 주채무계열로 묶어서 관리한다. 관리채무계열 제도는 주채무계열에 앞서 부실 우려가 큰 기업들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신 위원장은 또 "동양이 대부업을 사금고화할 줄은 예견하지 못했다"며 "법의 허점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룹 대부업 계열사에 대한 개편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큰 일이 터졌는데 손 놓고 있어선 안 된다. 당연히 재발 방지를 위한 정밀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 그러나 저축은행 사태에서 보듯 제도 개편이라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때 정부는 총리실 아래 금융감독혁신 TF(태스크 포스)를 두고 아이디어를 짜냈으나 알맹이가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번에도 같은 잘못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
나아가 신 위원장은 "지난 7~8년간 대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전무해 부실이 이연돼 온 상황"이라며 "이번 정부에서 부실 대기업을 정리하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동성 위기설에 시달리는 몇몇 기업들엔 벼락 같은 얘기다. 부실은 곪아터지기 전에 정리하는 게 상수다. 그래야 저축은행·동양 사태에서 보듯 불완전판매에서 오는 선의의 투자자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부실기업 출구전략은 고난도 작업이다. 정치권과 투자자들은 반발할 게 뻔하다. 구조조정은 외부압력을 물리칠 배짱과 제 손에 피를 묻힐 각오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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