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동양 국감, 부실기업 정리 신호탄 될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1.03 17:00

수정 2013.11.03 17:00

동양그룹에 대한 국정감사가 지난 1일 종합국감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이혜경 부회장은 가슴을 쓸어내렸을 것이다. 금융 수장들을 문책하라는 요구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청와대 서별관 회의를 둘러싼 위증 논란이 있었으나 정치권이 이를 크게 문제 삼을 것 같진 않다. 오너인 현·이 부부는 겸손한 태도로 피해자에 대한 미안함을 보였다. 국회 정무위 소속 의원들은 잘못을 인정한 증인들을 사정없이 다그칠 만큼 야멸차지 않았다.


이제 국감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살펴보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추스를 때다. 지난 1일 이 부회장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직후에 결혼패물과 현금 6억원을 대여금고에서 찾아간 사실을 시인했다. 큰 기업이 흔들릴 때마다 오너 일가 또는 경영진의 부도덕한 행위가 여론을 악화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법정관리 전후에 개인재산부터 빼돌리는 행위는 마치 침몰하는 배에서 가장 먼저 뛰어내리는 비겁한 선장을 연상시킨다.

이 부회장은 "결혼패물을 피해자 구제를 위해 내놓을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남편 현재현) 회장님 뜻대로 다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아쉽다. 왜 "당장 내놓겠다"고 말하지 못하는가. 이 부회장은 패물로 나빠진 여론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피해자들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죄송하다"고 한 말과도 배치된다.

제2의 동양사태를 미리 방지하는 것은 이번 국감이 금융당국에 맡긴 숙제다. 신 위원장은 관리채무계열 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금은 채권은행들이 빚 많은 기업을 주채무계열로 묶어서 관리한다. 관리채무계열 제도는 주채무계열에 앞서 부실 우려가 큰 기업들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신 위원장은 또 "동양이 대부업을 사금고화할 줄은 예견하지 못했다"며 "법의 허점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룹 대부업 계열사에 대한 개편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큰 일이 터졌는데 손 놓고 있어선 안 된다. 당연히 재발 방지를 위한 정밀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 그러나 저축은행 사태에서 보듯 제도 개편이라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때 정부는 총리실 아래 금융감독혁신 TF(태스크 포스)를 두고 아이디어를 짜냈으나 알맹이가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번에도 같은 잘못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

나아가 신 위원장은 "지난 7~8년간 대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전무해 부실이 이연돼 온 상황"이라며 "이번 정부에서 부실 대기업을 정리하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동성 위기설에 시달리는 몇몇 기업들엔 벼락 같은 얘기다. 부실은 곪아터지기 전에 정리하는 게 상수다. 그래야 저축은행·동양 사태에서 보듯 불완전판매에서 오는 선의의 투자자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부실기업 출구전략은 고난도 작업이다. 정치권과 투자자들은 반발할 게 뻔하다.
구조조정은 외부압력을 물리칠 배짱과 제 손에 피를 묻힐 각오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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