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스트리트] 텐밀리언셀러

이재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14 18:19

수정 2014.10.28 09:08

[fn스트리트] 텐밀리언셀러

2007년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는 스마트혁명의 총아인 아이폰을 발표하면서 2008년에 1000만대를 팔겠다고 공언했다. 당시로는 허풍에 가까웠다. 역시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노키아의 1주일 판매량이 아이폰의 총 판매량보다 많을 것"이라고 코웃음친 애널리스트도 있었다. 그러나 아이폰은 시장의 예상을 뒤엎고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 2008년 한 해에만 1370만대를 팔아치웠다.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에 따르면 아이폰 시리즈 판매량은 2011년 2월 1억대를 돌파했고 지난 3월 5억대를 넘어섰다.


오래전부터 1000만대 판매, 즉 '텐밀리언셀러'는 휴대폰업계의 '로망'이었다. 특히 스마트폰 이전의 피처폰 시대에 텐밀리언셀러는 곧 '대박'의 상징이었다. 고만고만한 기능의 수많은 모델이 쏟아졌던 시절이라 1000만대 판매는 가뭄에 콩 나듯 했다. 삼성전자의 첫 텐밀리언셀러는 이건희 회장이 디자인에 관여했다는 '이건희폰'(SGH-T100, 2002년 4월 출시)이다. 이후 삼성은 총 7개의 피처폰을 텐밀리언셀러에 올렸다. LG전자는 2005년 10월 출시한 '초콜릿폰'(KV-5900)을 비롯해 5개의 피처폰을 배출했다. 단일기종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휴대폰은 '노키아 1100'(2003년 말 출시)이다. 노키아 1100은 최소한의 기능만 제공한 50달러 이하 초저가폰으로 5년간 2억5000만대를 팔아치웠다.

스마트폰 시대에는 텐밀리언셀러 등극 자체가 뉴스가 되지는 않는다. 웬만하면 텐밀리언셀러가 되기 때문이다. 2010년 5월 출시된 삼성의 갤럭시S 시리즈도 얼마 전 누적판매 2억대를 돌파했다. 이제 스마트폰 신제품의 인기를 가늠하는 척도는 출시 얼마 만에 텐밀리언셀러에 오르느냐로 바뀌었다.

삼성의 신제품 갤럭시S5가 지난 11일 전 세계 125개국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아직 글로벌 판매 집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초기 판매량이 전작인 갤럭시 S4 때보다 30%가량 늘어났다고 한다. 미리 받아놓은 주문만 1000만대가 넘는다는 얘기도 들린다. 국내에서는 지난달 27일 출시 이후 하루 1만대꼴로 팔리고 있다. 값이 갤럭시S4보다 싸고 미디어의 평가도 호의적이다. 이 때문에 갤럭시S5의 텐밀리언셀러 달성 기간이 25일로 종전 기록인 갤럭시 S4의 27일을 단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3·4분기에는 경쟁사인 애플의 아이폰6가 출시될 예정이다. 삼성으로선 그 전에 시장을 선점해야만 한다.
갤럭시S5가 1억대짜리 대박이 되기를 기대한다.

ljhoon@fnnews.com 이재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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