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세월호 참사 총체적 부실이 화 키웠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17 17:09

수정 2014.10.28 06:40

너무 끔찍해서 말이 안 나온다.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었다. 화도 치민다. 찬 바닷물 속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절규를 보는 듯하다. 아들, 딸을 부르면서 울부짖는 부모들의 모습도 가슴을 미어지게 한다. 사고 이틀째로 접어들었다.
단 한 명이라도 더 구조해야 한다. 마지막까지 포기하거나 희망을 잃으면 안 된다.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다. 우리 국민 모두가 그런 희망을 가져본다. 그리고 아픔을 딛고 일어서야 한다. 과거에 머물러 있을 순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총체적 부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구조 매뉴얼이 있었는지 묻고 싶다. 1993년에 일어났던 서해페리호 사건을 까마득히 잊은 듯하다. 당시에도 예견된 인재(人災)라는 비난이 쏟아졌고, 안전불감증이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이번 사고 역시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선장과 승무원들은 먼저 빠져나와 탈출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기본이 덜 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배가 가라앉는데도 "선실에 대기하라"는 방송만 10여 차례 했다고 한다. 보다 빨리 대응을 했더라면 희생을 줄일 수 있었을 터다.

배가 침몰하는 데는 2시간20분이 걸렸다. 얼마든지 더 구조할 수 있었다. 침수가 시작된 뒤 1시간 동안 탈출 기회를 날렸다. 방송만 믿고 기다리다가 빠져 나오지 못한 셈이다. 그러는 사이 배는 점점 기울고 물이 차올라 꼼짝없이 선실에 갇히게 됐다. 베테랑인 선장과 승무원이 끝까지 남아 구조활동을 폈어야 했는데 아무도 없었다. 장착된 구명보트도 46개 중 단 1개만 펴졌다. 이 또한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하나하나 의문점 투성이다.

정부의 대응도 미숙하기 짝이 없었다. 안전행정부는 하루 종일 탑승자 수의 혼선을 가져왔다. 구조인원을 368명(오후 2시), 164명(오후 4시30분), 175명(오후 11시)으로 발표하는 등 오락가락했다. 지난 16일 오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도 "200명 차이가 말이 되느냐"고 호통쳤다. 승선 인원도 시시각각 바뀌었다. 경기교육청은 오전 11시 "전원 구조"라는 엉뚱한 발표를 하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물론 국민들도 분통이 터졌다. 이러고도 안전 정부를 지향할 수 있겠는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사고 원인도 철저히 밝혀야 한다. 세월호는 안갯속에 항로 이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출항 시각이 늦어 빠른 길로 항로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 구조된 승객들이 전하는 "꽝" 소리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해경은 선원 등을 대상으로 밤샘 조사를 한 결과 배가 급회전하던 중 무게중심이 쏠려 침몰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해양수산부도 "해도(海圖)상 암초는 없다"고 밝혀 암초와 충돌했을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배가 갑자기 옆으로 기운 점도 의심스럽다.

이번 사고에서도 인근 섬에 사는 어민들의 구조활동이 빛났다. 위험을 무릅쓰고 학생들을 구조하기 위해 사투를 벌였다.박 대통령도 17일 사고 현장을 찾았다.
어쨌든 대통령을 중심으로 사고수습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거듭 강조하건대 구조가 먼저다.
우리 국민은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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