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통 3사가 영업정지 기간에도 불법·편법 영업을 일삼는 등 진흙탕 싸움을 계속하자 정부가 빼든 칼이 '번호이동 제한'이다. 업계 자율시행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사실상 정부가 나서 규제를 신설한 것이다. 이통사 과열 경쟁을 막겠다는 취지는 이해가 가지만 실효성 없는 반(反)시장적 규제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우선 이통사의 보조금에 대해서는 이미 이중, 삼중의 규제장치가 마련돼 있다. 보조금 상한선이 27만원에 묶여 있고 보조금 공시제도도 가동 중이다. 이를 어기면 과징금과 영업정지를 때린다. 이런 겹규제에 하나를 더 보탠들 통신사의 과열 경쟁이 잠잠해질지 의문이다.
번호이동 전산망이 중단되면 소비자들은 그 기간에 번호이동을 할 수 없다. 더 나은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하는 소비자 선택권이 침해당하는 것이다. 판매점과 휴대폰 제조회사들도 피해를 보게 된다. 누가 득을 보게 될지는 불명확하다. 이게 과연 '착한 규제'라고 볼 수 있을까. 범정부적인 규제개혁 기조를 거스르는 방통위의 배짱이 놀랍다.
더 큰 문제는 규제의 적용 방식이다. 이 제도는 이통사 간 일정 수준 이상 번호이동이 이뤄지면 그 원인을 따지지도 않고 일단 번호이동을 중단시킨다는 내용이다. 기업의 잘못이 없어도 영업을 하지 말라는 식이니 영업활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셈이다. 게다가 악용될 소지도 있다. 특정 이통사가 보조금을 왕창 뿌려 가입자를 유치한 뒤 이동제한 조치가 발동되면 상대 업체는 대응을 할 수 없게 된다. 점유율을 지키려는 SK텔레콤과 이를 공략하려는 KT·LG유플러스는 입장 차이가 분명하다. 때문에 과열 기준 이동건수나 이동중단 기간 등에 대해 쉽사리 합의할지 불투명하다.
번호이동 제한제는 경쟁제한적인 제도다. 실효성이 떨어지고 부작용은 클 것이란 관측이 많다. 정부가 휴대폰 보조금 문제에 개입하면 할수록 문제는 더 꼬이는 형국이다. 정책 방향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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