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스트리트] 소득 3만달러 시대의 그늘

이재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21 16:45

수정 2014.10.28 05:24

올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달러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올해 평균 환율을 달러당 1030원, 성장률을 3.9%로 가정하고 산출했더니 1인당 소득이 2만9250달러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심지어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3만달러를 넘어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살림살이는 전혀 나아진 게 없는데 3만달러 소득이라니 당혹스럽다. 박근혜정부 임기 말에 우리 국민소득이 일본(지난해 3만9000달러)을 추월할 수도 있다는 관측마저 등장했다.

얼마 전 한국은행이 지난해 1인당 GNI가 2만6205달러로 전년비 6.1%나 늘었다고 발표했을 때도 모두들 어리둥절했다.
곧 원화절상과 국민계정 기준 변경에 따른 착시효과 때문임을 알고 실망도 했다. 이처럼 국민소득 부문에서 통계와 현실의 괴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돌파한 것은 2007년. 그러나 이후 금융위기로 인해 1만달러대로 밀렸다가 2010년 다시 2만달러를 넘어섰다. 4년 사이 경제가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는데 3만달러라니 그저 신기루처럼 보일 뿐이다.

이 같은 괴리의 이유로는 원화절상 외에도 가계와 기업의 소득 불균형, 즉 분배의 불균형이 꼽힌다. 기업은 돈을 잘 버는데 가계는 몇 년째 벌이에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가계의 실제 소득수준은 GNI보다는 총처분가능소득(PGDI)으로 따져봐야 한다. 지난해 1인당 PGDI는 1만4690달러로 GNI의 56.1%에 불과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62.6%)에 한참 뒤처지는 최하위권이다. 과거 '국가만 부자고 개인은 가난뱅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일본도 이 비율이 64.2%로 우리보다 훨씬 높다.

한은에 따르면 2008~2013년 기업의 PGDI는 80.4% 늘었지만 가계 및 개인사업자 PGDI는 26.5%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이 기간 상용근로자 임금은 연평균 3.5% 늘었다. 연평균 물가상승률이 2.8%였음을 감안하면 제자리걸음을 한 셈이다. 가계의 이자·배당소득도 지속적인 감소세다. 기업이 번 돈이 가계로 흘러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은 503조원이나 되는 현금을 쌓아놓고 있다. 10대 그룹 상장사의 유보율은 1578%나 된다.


이런 상태라면 국민소득 3만달러 달성이 무슨 큰 의미가 있겠나. 돈 잘 버는 기업이 임금을 올려주고 투자와 배당도 많이 하면 좋겠지만 그럴 기미가 별로 없다. '고용·임금 없는 성장'은 계속되고 있다.
정부의 고민도 더 커질 것이다.

ljhoon@fnnews.com 이재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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