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스트리트] 공무원 마피아

양승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22 17:20

수정 2014.10.28 04:57

"상류사회 놈들이란 사회적 지위를 잃지 않고 이익을 만끽하려는 뻔뻔한 것들이지. 훌륭한 척하며 합법적 공갈을 일삼고 있단 말이야."

1920년대 후반 미국 시카고를 거점으로 암흑세계의 왕으로 군림했던 알 카포네(1899~1947년)에게는 무서울 것이 없었다. 그는 거대 범죄조직인 '마피아(Mafia)'를 이끌면서 마약, 매춘, 도박 등 돈 되는 사업에 닥치는 대로 손을 대고 법과 정의를 비웃었다. 선량한 시민들은 착취와 조롱의 대상일 뿐이었다. 금주법 위반 혐의로 쇠고랑을 찼을 때도 그는 "시카고 시민들이 바라는 것을 공급했다"며 억지를 피웠다. 카포네는 한때 젊은이들 사이에서 우상과 같은 존재로 떠받들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탈리아 부모의 핏줄을 타고난 그의 본바탕은 악행을 일삼는 기업형 범죄조직의 우두머리에 지나지 않았다.


마피아는 원래 '아름다움'이나 '자랑'을 뜻하는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의 말이다. 범죄세계에서는 시칠리아적인 조직을 가리키는 용어로 쓰이기도 한다. 시칠리아의 무력 독립운동단체에서 출발한 마피아는 조직의 일부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 시카고 등에 둥지를 틀고 세력을 확대해 나갔다.

마피아의 세계를 그린 영화 '대부'가 명작으로 찬사를 받고 있지만 현실 속의 마피아는 파렴치한 범죄집단이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코사 노스트라'(이탈리아어로 우리들의 것이라는 뜻)를 넘보는 사람은 가차없이 처단한다. 이탈리아에서는 1982년 피오라토레 의원이 저격당해 숨진 데 이어 1992년 조반니 팔코너 판사와 파올로 보르셀리노 판사 등 마피아 소탕작전의 지휘자들이 폭탄테러에 목숨을 잃었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마피아에 의해 희생되는 사람이 정·관계, 언론계를 포함해 매년 1000명을 넘는 것으로 이탈리아 경찰은 추산했을 정도다.

마피아는 한국에도 있다. 물론 흉악한 범죄조직은 아니다. 같은 부처에서 근무했던 전·현직 공무원 집단을 이탈리아 마피아에 빗대 부를 뿐이다. 바깥 세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들 공무원 마피아가 각종 산하단체의 노른자위 자리를 꿰차고 그들만의 잔치를 벌여 왔기 때문이다.
한국판 코사 노스트라다. 검찰이 전직 해양수산부 마피아들의 비정상적 관행 여부에 대한 수사에 돌입했다.
그러나 마피아가 어디 해양수산부에만 있을까. 퇴직 후 낙하산 인사를 당연하게 생각했던 공무원들의 뇌 구조가 이참에 확 바뀌었으면 좋겠다.

tanuki2656@fnnews.com 양승득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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