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스트리트] ‘무대’ 김무성

오풍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7.16 16:59

수정 2014.10.25 03:38

[fn스트리트] ‘무대’ 김무성

큰 정치인이 되려면 외로운 선택을 해야 한다. 그냥 복이 굴러들어오는 경우는 없다. 싸워서 이겨야 한다. 때문에 어제의 동지가 적이 되기도 한다. 역대 대통령들도 그랬다. '물태우'라는 별명이 붙은 노태우 전 대통령도 승부수를 띄웠다.
1987년 전두환 정권의 서슬이 퍼렇던 시절 '6·29' 선언이 그랬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대 사건이었다. 5년 단임제의 첫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승부사 기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영삼(YS)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1990년 3당 합당을 하지 않고서도 대통령이 될 수 있었을까.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 YS는 타고난 싸움닭이다. 그래서 김대중(DJ) 전 대통령보다 먼저 대통령을 했다. DJ는 야당 한 우물을 팠다. 정치 은퇴와 복귀를 반복하면서 결국 대통령의 꿈을 이뤘다. DJ 역시 승부사 기질이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그에 못지않다. 혈혈단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승부 근성 하나로 대권을 거머쥐었다. 2002년 12월 정몽준 전 의원과의 후보 단일화가 클라이맥스였다.

최근 막을 내린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도 '김무성'이라는 스타를 탄생시켰다. 그는 '친박(親朴)'의 맏형 격인 서청원 의원을 여유있게 따돌리고 당권을 쟁취했다. 여당의 어느 전당대회보다 치열했다. '박심(朴心)'을 등에 업은 서 의원의 반격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별명은 '무대(김무성 대장)'다. 체격도 크고 보스 기질도 갖췄다. 따르는 의원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그 진면목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많은 현역 의원들과 참모진이 물심양면으로 그를 도왔다. 상대적으로 젊은 의원들의 지지를 많이 받았다.

"어려운 당원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습니다. 슬쩍 용돈을 찔러주기도 하죠". 김 대표와 가까운 원로 당원의 전언이다. 정치인들은 돈에 매우 인색하다. 받아 챙길 줄만 알지 잘 쓰지 않는다. 통 큰 정치는 이승만 정권 시절 민주당 원내총무를 지낸 부친 김용주 전 의원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그의 부친은 전남방적을 세우는 등 기업가로도 유명했다. 유산 덕분에 신고재산도 137억원이나 된다.

여야 관계에서도 통 큰 정치인의 면모를 보여주곤 했다. "여당이 야당에 양보하고 포용해야 정치가 복원된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이제 집권 여당의 당권을 쥔 거목으로 돌아왔다. 차기 대선주자로도 주목받고 있다.
그의 행보가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poongyeon@fnnews.com 오풍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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