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스트리트] 한국GM의 파격 제안

이재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7.20 16:57

수정 2014.10.25 01:15

[fn스트리트] 한국GM의 파격 제안

지난해 5월 박근혜 대통령은 미국 방문 중 워싱턴에서 미국 기업인들과 오찬간담회를 열었다. 이런 경우 대개가 덕담이 오가는 화기애애한 자리였겠지만 이날은 분위기가 좀 썰렁했다. 댄 에커슨 당시 GM 회장이 정색을 하고 통상임금 문제를 거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애커슨 회장에게 "GM이 철수할 수 있다는 소문이 있는데 이 자리에 오신 것을 보니 철수가 아니라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 봐도 되겠는가"하고 유도성 질문을 했다. 이에 애커슨 회장은 "한국에 8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은 약속대로 이행하겠다. 다만 엔저 현상과 통상임금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사안을 대통령에게 해결해달라고 채근한 GM 회장의 '무례함'을 놓고 비난 여론이 일었다. 그만큼 한국GM은 통상임금 문제에 대해 유달리 민감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이 나오자 한국GM의 철수설이 또다시 나돌기도 했다.

이런 한국GM이 지난 17일 노동조합에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자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노조가 파업을 결의한 와중에 나온 제안이다. 회사 측은 "생산 차질 없이 협상을 빨리 마무리하기 위해 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통상임금을 확대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GM 본사는 전 세계 160여개 공장의 경쟁력을 평가해 생산 물량을 배정하고 있는데 파업을 하면 배정이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회사 측의 갑작스러운 입장 변화에 모두가 어리둥절하다는 반응이다. 제안의 의도에 대해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통상임금 확대안이 받아들여지면 생산직의 경우 최소 10% 이상 임금 인상 효과가 있다고 회사 측은 분석한다. 따라서 기본급 인상을 최소화하고 임금체계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결정은 고임금과 강성노조, 낮은 생산성을 부각시켜 한국 철수의 명분을 쌓으려는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편으로는 경쟁사인 현대·기아차를 압박하려는 의도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대·기아차가 통상임금 확대를 수용하면 타격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한국GM의 제안은 국내 완성차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업체들에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노조도 그저 환영만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그 속에 담긴 진의를 잘 파악해 협상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난마처럼 얽힌 통상임금 문제에 대해 한국GM의 노사협상이 답을 제시해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ljhoon@fnnews.com 이재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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