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스트리트] ‘첩첩산중’ 제2 롯데월드

이재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7.21 16:52

수정 2014.10.25 00:44

[fn스트리트] ‘첩첩산중’ 제2 롯데월드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의 좌우명은 '거화취실(去華就實)'이다. 화려함을 버리고 실속을 추구한다는 뜻이다. 몇푼짜리 껌으로 자수성가한 기업인답다. 그런 신 회장의 필생 숙원사업이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라는 사실은 대단한 아이러니다. 지상 123층, 지하 6층, 높이 555m의 세계 4위 고층 건물. 공사비만 3조5000억원이 드는 화려함의 극치다. 그러나 규모가 규모니만큼 제2롯데월드는 끝없는 논란의 대상이었다.


1988년 잠실 땅을 매입한 롯데는 정권이 수차례 바뀌도록 끊임없이 제2롯데월드 건설을 시도했으나 인근 서울공항의 군용기 비행 안전문제 때문에 벽에 부닥쳤다. 투자 규제완화를 표방한 이명박정부 때인 2009년 서울공항 활주로 방향을 옮겨가며 마침내 인허가를 얻어냈다. 특혜 시비가 제기된 것은 당연했다. 건설 과정에서는 안전사고가 잇따랐다. 건물이 무너지거나 폭발 사고가 발생해 공사인력이 숨지는 사태도 있었다. 공사로 인해 인근 석촌호수 수위가 낮아지고 도로가 움푹 패는 '싱크홀'현상이 빈발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언제 땅이 무너질지 모르니 공사장 근처를 다니지 말라는 괴담도 나돌고 있다.

최근 서울시가 제2롯데월드 저층부(에비뉴얼동·캐주얼동·엔터테인먼트동)의 8월 임시개장을 불허했다. 교통 혼잡 대책과 고층부 공사장 안전대책이 미흡하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시민자문단도 조기개장이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저층부를 개장하면 하루 20만명이 이용하고 부근 교통량이 20% 이상 늘어날텐데 합당한 대책이 뒤따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저층부 개장 이후에도 초고층 타워동 공사가 계속되는 것을 고려해 더 세밀한 안전대책을 세우라고 주문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의 안전의식이 부쩍 높아졌다. 때문에 제2롯데월드의 안전문제를 우려하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랜드마크'가 아니라 '불안덩어리' '탐욕의 바벨탑'이라는 소리까지 나왔다. 하지만 제2롯데월드는 활력을 잃어가는 우리 경제가 모처럼 만나는 대형 투자프로젝트다. 2만명의 고용창출효과와 7조원의 부가가치 유발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롯데 측의 분석이다. 이런 사업이 실패할 경우 그 파장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롯데는 2016년 완공이란 목표에 지나치게 집착해서는 안 된다. 급할수록 돌아간다는 생각으로 시민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인허가만 20년을 기다려온 인내심을 다시 꺼내들 차례다.

ljhoon@fnnews.com 이재훈 논설위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