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정부·재계, 경제 살리기 빅딜 나서라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7.22 17:06

수정 2014.10.25 00:02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경제 살리기 총력전을 주문했다. 2기 내각 출범 이후 청와대에서 처음 열린 국무회의에서다. 어조는 단호했다. "금융과 재정을 비롯해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쓰라"고 말했다. "불씨가 꺼지면 잃어버린 10년, 20년으로 나가게 된다"며 "그런 상황을 만들어서는 절대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식 '잃어버린 20년'은 앞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썼던 표현이다.
대통령과 경제수장의 인식 공유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마침 같은 날 최 부총리는 경제 5단체장을 만나 "왕성한 기업가 정신으로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며칠 뒤엔 하반기 경제정책 운용 방향을 발표한다. 이로써 최 부총리가 이끄는 2기 경제팀은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진격' 태세를 갖췄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정부와 재계 간의 빅딜을 제안한다. 서로 주고받음으로써 총력전 효과를 극대화하자는 것이다. 정부는 기업 금고에 쌓인 수백조원의 사내유보금에 관심이 크다. 이 돈이 투자에 쓰이거나 아니면 배당·임금을 통해 가계소득에 보탬이 되길 바란다. 정부는 기업 채찍용으로 과세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재계는 화들짝 놀랐다. 22일 회동에서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사내유보금 과세는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며 "신중하게 판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말은 점잖게 했지만 분명한 반대 의사를 표명한 셈이다.

정부와 재계가 엇박자를 내선 안 된다. 총력전 최대의 적은 적전분열이다. 재계는 최 부총리의 체면을 살려줄 필요가 있다. 취임 이후 첫 작품부터 어깃장을 놓으면 곤란하다. 역시 갓 취임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22일 대기업들이 법인세율 인하 혜택 등을 본 것에 대해 "임금 인상이나 배당 확대 등의 인센티브로 보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의 정책에 맞장구를 친 셈이다. 재계가 한목소리를 내는 대통령·부총리·집권당 대표에 맞서는 건 어리석다.

그렇다고 정부가 재계를 윽박질러선 안 된다. 사실 재계도 할 말이 많다. 박근혜정부 첫 1년간 하도급법·일감몰아주기규제법·프랜차이즈법·연봉공개법 등 경제민주화 법안이 홍수처럼 쏟아졌다.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화학물질등록및평가법(화평법), 환경오염피해구제법(환구법) 등 환경 관련 규제는 일일이 이름을 대기조차 힘들 정도다. 여기에 정년연장법, 통상임금 분란도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왔다. 대통령과 끝장토론 끝에 겨우 물꼬를 트는가 싶던 규제혁파는 세월호 파도에 묻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경제학 교과서에 없는 과감한 정책으로 기업인들의 기를 살렸고 기업은 임금인상으로 화답했다.
이런 선순환이 지금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재계가 반대하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는 잠시 미루고 덩어리 규제도 확 풀어야 한다.
그다음은 기업이 화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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