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칼럼] 중견기업 육성, 이젠 기업인이 화답할 때

김용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7.27 17:06

수정 2014.10.24 21:30

[데스크칼럼] 중견기업 육성, 이젠 기업인이 화답할 때

전남 순천 매실밭에서 발견된 변사체가 느닷없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으로 확인되고 우크라이나 상공에서는 말레이시아 국적기가 피격되는 어수선한 와중에도 지난 22일 국내 경제계에서는 조용한 변화가 하나 있었다. 세간의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담겨진 의미만큼은 적지 않았다. 이날 '중견기업 성장촉진 및 경쟁력 강화에 관한 특별법'이 지난 6개월간의 경과기간을 거쳐 본격 시행됐다.

지난해 정부가 이 법을 제정하겠다고 나선 이유는 이른바 중소기업의 피터팬 증후군을 해소해 중소기업이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선순환의 사다리를 놓기 위한 것이었다.

그간 국내 기업들은 중소기업이라는 보호의 틀 안에서 벗어나는 순간 고용, 금융, 세제 등 많은 분야에서의 혜택을 포기해야 했다. 중소기업에만 주어지는 이 달콤한 유혹이 오히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이 되고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게 정부와 전문가들의 판단이었다.
결국 중소기업에만 주어지던 혜택을 중견기업까지 넓혀 줘 기업의 대형화를 유도하겠다는 게 이 특별법의 요지다. 이 법에 따라 중견기업도 융자 및 투자, 채권발행 등 금융분야는 물론 조세 감면, 대기업과의 수탁·위탁거래 관계에서의 특례, 가업승계 시 중소기업 간주 등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정부의 판단처럼 국내 기업의 글로벌 대기업화는 매우 부진하다. 옛 삼성·현대·대우와 같은 대형 글로벌 그룹의 탄생은 자취를 감췄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에 포함되는 한국 기업 수는 지난 10년간 3개 증가하는데 그친 반면 중국은 74개나 늘었다. 또 글로벌 500대 기업에 포함된 기업 수도 한국은 삼성전자 등 14개에 불과하지만 미국은 132개, 중국 89개, 일본 62개, 영국 37개 등으로 주요국과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중소기업을 글로벌 대기업으로 육성해 미래 먹을거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이번 중견기업 육성책은 일단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 조치는 상당한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중소기업을 졸업시켜 중견기업 수를 늘리는 데는 가시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 경제적으로 더욱 중요한 글로벌 대기업 육성과 관련해서는 많은 의문이 남는다. 특히 이 특별법을 통해 '중소기업 피터팬 증후군'이 '중견기업 피터팬 증후군'으로 모습만 바꾸게 되지는 않을지 우려된다. 금융, 고용, 세제 등에서 상당한 혜택을 누리게 된 중견기업이 이젠 대기업으로의 성장에 큰 부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법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려면 정부는 끊임없이 보완책을 만들어 기업의 성장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기업인들의 자세 변화다.
중견기업으로 지정돼 혜택을 받게 된 기업인들이 사명감을 갖고 기업가 정신을 충분히 발휘해 글로벌 대기업을 키워내야 한다.

중견기업 특별법 제4조는 "중견기업자는 기업가정신을 발휘하고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국제경쟁력 향상을 위해 힘쓰는 동시에 투명한 경영과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 국가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중견기업인의 책무를 적고 있다.
중견기업인들은 이 책무를 잊지 말아야 한다.

yongmin@fnnews.com 김용민 산업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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