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스트리트] 수레바퀴 속 붕어

곽인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7.27 17:06

수정 2014.10.24 21:29

[fn스트리트] 수레바퀴 속 붕어

가난뱅이 장자(莊子)가 부자에게 곡식을 꾸러 갔다. 부자가 말했다. "알았소. 다만 내가 세금을 걷은 뒤 삼백금을 빌려주겠소." 당장 하루 세 끼가 급한 장자가 말했다. "내가 어제 이곳으로 오는데 날 부르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돌아보니 수레바퀴 자국 가운데 붕어였습니다. 그 붕어가 '한 됫박의 물이라도 있으면 제게 부어 주십시오' 하더이다. '알았다.
내가 오나라, 월나라 임금을 설득해 강물을 끌어다 줄 테니 좀 참아라.' 그러자 붕어가 말했습니다. '저는 한 됫박의 물만 있어도 삽니다. 선생 말대로 했다간 차라리 저를 건어물전에서 찾는 게 나을 겁니다.'"

'장자'에 나오는 학철부어의 고사다. 철부지급(轍부之急)이라고도 한다. 응급 처방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흔히 이 고사를 든다. 병원 응급실을 생각하면 된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도에 없는' 부양책을 내놨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점잖은 박재완 전 기재부 장관도 가세했다. 이명박정부에서 재정투사를 자임한 박 전 장관은 "양적인 펌핑(Pumping)을 통해 성장을 도모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스템을 바로잡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경제학 교수들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에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흠을 잡자면 한도 끝도 없다. 최 부총리는 경제학 박사 출신이다. 재정건전성, 가계부채의 엄중함을 모를 리 없다. 알지만 지금은 부양이라는 응급처방으로 시장에 기를 불어넣는 게 우선이라고 봤다. 서비스산업 혁신과 규제개혁은 하루이틀 새 효과를 보기 힘든 중장기 과제다.

이웃 일본의 아베 총리는 미국식 응급처방에 주목했다.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헬리콥터 벤'이란 별명답게 달러를 찍어 시장에 공급하는 양적완화 정책을 폈다. 아베는 무릎을 쳤고 곧 일본판 양적완화에 착수했다. 아사히 신문은 "아베노믹스는 경제학이 아니라 심리학"이라고 평했다.

최 부총리는 "우리라고 못할쏘냐"고 판단한 듯하다. 경제 정책에 100% 정답은 없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양적완화를 택했고 독일은 긴축을 신봉했다. 각자 제 스타일을 갔다. 한국은 어정쩡하다.
화끈한 부양도 아니고 쥐어짜는 긴축도 아니다. 잃어버린 20년의 터널에 갇혔을 때 일본이 그랬다.
우리는 오랜만에 화끈한 경제팀장을 만났다. 최 부총리에게 한번 기회를 주면 어떨까.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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