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 스트리트] 추석 기차표

오풍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8.14 16:41

수정 2014.08.14 16:41

[fn 스트리트] 추석 기차표

추석은 최대의 명절이다. 고향을 찾는 사람이 설보다 더 많다. 이동인구도 많을 수밖에 없다. 예전에 비해 교통편은 훨씬 좋아졌다. KTX가 큰 몫을 한다. 고속도로와 국도도 시원하게 뚫려 고향 가기가 수월해졌다.
그래도 교통지옥을 감수해야 한다. 고향 가는 맛에 지루함을 잊는다. 옛날에는 명절 때마다 진풍경이 벌어졌다. 기차표를 끊기 위해 서울역이나 용산역에서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돗자리와 모포는 기본. 직장에 출근하는 자식을 대신해 나온 어른이 많았다.

표를 끊으려고 대기하다 몸싸움도 벌어졌다. 예나 지금이나 새치기를 하는 사람이 있다. 더러 대기표를 주기도 했다. 역 광장이 인산인해를 이루다 보니 장대를 가지고 정리하는 촌극이 빚어졌다. 몇 시간을 기다리고도 허탕 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워낙 많은 사람이 몰려 그랬다.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부산·대구·광주·대전 등 지방으로 사람을 태워나르기 위해 임시 전세버스가 역 주변을 에워쌌다. 기차표나 고속버스 표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그것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KTX가 개통되고, 정보기술(IT) 산업이 발달하면서 귀향 풍경도 크게 바뀌었다. 역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표를 끊을 수 있게 됐다. 이번 추석 표는 인터넷으로 70%, 역에서 30%를 각각 발매했다. 지난 설보다도 시스템이 향상됐다. 인터넷을 접속하면 실시간으로 대기자 수가 나왔다. 이전에는 한꺼번에 몰리면서 접속 자체도 어려웠다. 그래서 10분쯤 지나면 표가 동나기 일쑤였다. 지난 12일 인터넷 접속을 통해 대전 가는 귀향 표를 끊었다. 오전 6시 정각에 접속한 뒤 35분쯤 기다리니까 내 순번이 왔다.

올해는 닷새 연휴다. 올 추석은 9월 8일 월요일로 38년 만에 가장 이른 추석이다. 하지만 추석 전날인 7일이 일요일이기 때문에 연휴가 하루 줄어든다. 정부는 겹친 휴일을 보상하기 위해 올해부터 대체휴일제를 시행하고 있다. 공휴일과 휴일이 겹칠 경우 공휴일이 줄어들지 않도록 연휴 마지막 날 하루 더 쉰다. 올 추석은 대체휴일이 처음 적용되면서 9월 6일 토요일부터 10일 수요일까지 모두 5일을 쉬게 된다. 원래 추석 연휴는 사흘이다.

이처럼 시대가 바뀌어도 소외된 계층이 있다. 인터넷에 익숙하지 못한 노인들은 표를 끊으러 역에 나가야 한다.
명절 때 표를 끊어주는 도우미가 있으면 좋을 듯싶다. 열차표 민원이 사라진 것도 인터넷 덕분이다.
요즘의 추석 풍속도다.

poongyeon@fnnews.com 오풍연 논설위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