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스트리트] 위험한 성형공화국

김신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8.18 17:04

수정 2014.10.24 00:26

[fn스트리트] 위험한 성형공화국

기원전 800년쯤 고대 인도에서는 코 복원 성형수술이 성행했다. 당시 흉악범들은 코를 자르는 형벌에 처해 평생 낙인을 찍었다. 때문에 코 잘린 범죄자들은 어떻게든 코를 다시 만들고 싶어했다. 다른 부위 피부 조각을 떠내 코 부분을 덮는 수술 방법은 기원전 500년쯤 수쉬루타라는 의사가 쓴 '사미타'란 책에 자세히 기술돼 있다. 이것이 기록상 인류 최초의 성형수술이다.

우리나라 성형의 역사도 의외로 멀리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700~1800년 전인 삼한(三韓)시대에 '편두(두개골 변형)' 풍습이 있었다고 중국 사서인 '삼국지' 위지 동이전은 전하고 있다. 편두란 갓난아이의 머리를 무거운 물건으로 눌러 이마 부분이 들어가고 뒷머리가 튀어나온 '짱구' 형태로 만드는 것이다. 아이의 목숨이 달린 위험한 시술을 감행할 만큼 당시 사람들의 짱구머리에 대한 집착이 유별났던 모양이다. 1976년 경남 김해 혜안리 고분에서 1600년 전 이 같은 편두 풍습을 보여주는 인골이 대거 발견된 바 있다. 이 시대에는 문신과 의도적인 발치도 성행했다고 한다.

성형에 대한 삼한인의 집착이 오늘날까지 이어진 것인가. 우리나라가 세계 1위의 '성형공화국'으로 달갑잖은 명성을 떨치고 있다. 세계 미용성형외과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성형수술 및 미용시술 건수에서 세계 7위를 차지했다. 인구 1만명당 성형수술·시술 건수는 131건으로 독보적인 1위다. 보건의료연구원 집계 결과 모두 15개 신체 부위에서 무려 134종의 미용 성형시술이 이뤄지고 있었다. 시술방법을 세분하면 940여종에 달했다. 가히 '성형백화점' 수준이다.

외모와 몸매가 곧 '경쟁력'으로 인식되는 세태에서 성형 붐을 무턱대고 나무랄 수만은 없다. 그러나 급팽창하는 성형시장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다보니 부작용과 피해 사례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는 것이 문제다.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성형 관련 소비자 불만 상담은 2010년 2948건에서 지난해 4806건으로 크게 늘었다. 국내에서 한 해 65만건의 수술·시술이 이뤄지고 있는데 성형외과 전문의는 1750여명에 불과하다.
그래서 성형 전문의가 아닌 의사 6000~7000명이 수술에 뛰어들고 있다고 한다.

지난 4월 대한성형외과의사회는 과다 마취, 대리 수술, 면허 대여 등으로 인한 성형수술 사고가 잇따르자 대국민사과를 하고 자정운동을 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공급이 수요를 못따라가는 상황이 계속되는 한 탈법과 의료사고도 근절되기 어렵다. ljhoon@fnnews.com 이재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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