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스트리트] 혈세 먹는 출장

손호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8.19 17:06

수정 2014.10.23 23:33

[fn스트리트] 혈세 먹는 출장

출장(出張)의 사전적 의미는 "용무를 보기 위해 임시로 다른 곳으로 나간다"는 뜻이다. 일정한 장소에 근거를 두고 일을 하지만 타인을 직접 만나지 않으면 안될 경우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밖에 나가 일을 처리할 때 흔히 쓰는 말이다. 회사원이건, 공무원이건 샐러리맨들에게 '출장'은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하나다. 정보기술(IT)의 발달로 시·공간의 제약이 줄었다 해도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효율은 다른 수단에 비할 바가 아니기 때문이다.

세종시 공무원들이 출장에 시달린다는 얘기가 잦아졌다. 업무협의를 위해 서울, 과천을 주중에도 두세 차례씩 오르내리다 보니 몸은 녹초가 되고 제대로 일을 보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주된 내용이다.
장·차관이 국회나 청와대를 찾아야 하는 일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국·실장은 물론 사무관까지도 출장에 동행하는 경우가 다반사로 생겨나고 있다. 고위직들이 서울을 오가는 버스·KTX에서 지쳐가는 동안 남아 있는 서기관·사무관 등은 대면보고는 뒤로 미룬 채 전화, 팩스, 메일과 씨름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예견 못한 상황은 아니었다. 서울에서 150여㎞ 떨어진 곳에 행정 기능을 무리하게 분산시킨 데서 온 자업자득의 결과였다. 입법 권력을 틀어 쥔 국회의 협조 없이는 아무 일도 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여의도로부터 까마득히 먼 곳에 정책 담당 부처를 모아 놓은 탓이다. 새누리당 강기윤 의원실에 따르면 올 상반기 동안 세종시 공무원들이 출장비로 쓴 돈은 무려 75억6천여만원에 달했다. 몸은 몸대로 파김치가 돼가면서 어쩔 수 없이 철길과 고속도로에 쏟아부은 혈세가 이만저만 아니라는 얘기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 같은 사정을 모를 리 없다. 직원들과 업무효율화 방안을 놓고 그제 함께 고민했다지만 뾰족한 대책이 단숨에 나올 수는 없다.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지 않는 한 괘씸죄에 걸리지 않기 위해 서울행 KTX에 몸을 싣는 공무원 행렬은 줄어들 리 만무다.
올 상반기 중 세종시 정부기관이 국회나 정부과천청사와 화상회의를 한 실적은 단 한번도 없었음이 이를 뒷받침한다.

출장이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라지만 세종시의 경우는 전형적인 세금 낭비다.
공무원들이 마음 놓고 나랏일에 매달릴 수 있도록 하든지, 아니면 출장비를 국회의원 세비에서 대납토록 하든지 양자택일이라도 해야 할 일이다.

tanuki2656@fnnews.com 양승득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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