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칼럼] SK 최 회장의 역할이 많이 아쉽다

임정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8.20 17:12

수정 2014.10.23 22:32

[데스크칼럼] SK 최 회장의 역할이 많이 아쉽다

요즘 재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그룹을 든다면 단연 한화그룹이 아닐까 싶다. 한화는 최근 계열사 매각과 기업 인수합병(M&A)이 활발하다. 사업재편이 한창이란 얘기다. 한화L&C의 건자재사업부문, 제약회사인 드림파마를 매각하고 그 대신 화학소재기업인 KPX화인케미칼, 호주 태양광업체 엠피리얼을 인수했다. 편의점업체 씨스페이스와 포장사업체인 한화폴리드리머도 매물로 내놓은 상태다. 알짜 계열사라 하더라도 비주력기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소재, 태양광 등 주력분야는 적극 키우고 있다.

미래를 준비하는 이 같은 행보에 재계에선 "한화가 옳은 길을 선제적으로 잘 찾아가고 있다"며 박수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올 초까지만 해도 한화는 팔다리를 제대로 쓸 수 없는 신세였다. 김승연 회장이 자유의 몸이 된 지는 이제 막 6개월이 지났다. 만약 김 회장이 지금도 영어의 몸이라면 어떨까. 과연 한화가 지금처럼 미래를 위해 그룹의 틀을 바꿀 수 있을까.

이 같은 한화그룹의 변신을 지켜보면서 요즘 가장 답답하고 속이 타는 곳은 SK그룹일 것이다. 최태원 회장 형제가 구속된 이후 SK그룹의 시계는 멈춰선 상태다. 그룹 살림살이는 형편이 말이 아니다. 계열사 중 SK하이닉스를 제외하곤 자기 페이스를 지키고 있는 업체가 없을 정도다. SK하이닉스 덕분에 숨을 쉬고 있는 형국이다.

변화가 다급한데도 SK그룹은 조용하다. 적어도 필자가 보기엔 변하는 게 없다. 변화를 이끌 핵이 없어서란 건 삼척동자라도 알 만한 사실이다. 김 회장이 유죄판결에 대해 많이 억울해했듯이 최 회장도 억울한 면이 분명히 있다. 재판 당시 사건의 핵심인 김원홍 전 SK고문이 대만으로 도주한 상태여서 증인으로 세워보지도 못하고 재판을 받아야 했다. 당시 항소법원 재판부는 "최 회장의 주장을 믿을 수 없으므로 김씨의 증언은 들을 필요도 없다"며 SK 측의 주장을 외면했다. 우여곡절 끝에 대법원 판결 직전 김씨를 한국으로 압송해 왔지만 재판부는 SK의 청원을 받아주지 않았다.

당시 사회 분위기는 재벌그룹 총수의 죄에 대해선 진실 여부를 떠나 엄하게 단죄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 같았다.

최 회장이 2심에서 유죄판결(2013년 9월 27일)을 받은 넉 달 뒤 김씨도 유죄판결(2014년 1월 28일)을 받게 된다. 최 회장보다 더 무거운 형벌이 부과됐다. 유죄인 그를 증인으로 세워보지도 못하고 먼저 판결을 받은 최 회장으로선 속이 터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김씨도 최 회장의 유죄판결에 대해 "중요한 증인 진술없이 판결이 확정돼 지독히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금 정부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을 총동원하고 있다. 대통령도 경제 살리기에 '올인'한 상태다. 그만큼 현재 경제가 어렵고 전망도 어둡다. 이런 때에 가장 중요한 게 대기업의 역할이다. SK그룹은 삼성, 현대차에 이어 재계 3위 그룹이다. 지금은 작은 도움도 아쉬운 때다. 이런 때에 대그룹 총수의 손발을 묶어놓는다는 건 우리 경제로선 대가가 너무 크다.

최 회장은 평소 사회적기업 육성에 발 벗고 나서는 등 사회공헌에도 남다른 열정을 지닌 인물이다.

우리 경제엔 그가 꼭 필요하다. 어떤 형식으로든 그가 일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그 방법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lim648@fnnews.com 산업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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