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규제란 규제 몽땅 푼 부동산 대책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9.01 16:56

수정 2014.09.01 16:56

아파트 재건축 연한 단축과 택지개발촉진법 폐지를 핵심으로 한 국토교통부의 9·1부동산대책은 주택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처방 중 마지막 하나까지 내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풀 수 있는 규제는 거의 다 풀었다"는 게 국토교통부의 설명이고, 시장에서도 "정부가 작심하고 내놓은 대책"이라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강도나 규모에서 시장의 예상을 웃돌 만큼 강력한 대책을 정부가 내놓게 된 배경에는 무엇보다 경기 부양에 대한 절박함이 담겨 있다. 최경환 경제팀이 출범한 지난 7월 이후 주택시장에는 온기가 퍼지기 시작했고 소비자들의 회복 기대감도 높아졌지만 봄이 완전히 왔다고는 보기 힘들었다. 지난 1~8월의 주택가격 상승률이 전체 0.9%, 아파트 1.5%에 달했어도 최근 5년 평균(전체 1.2%, 아파트 1.7%)을 밑도는 등 회복세를 자신하기 어려웠다. 위례신도시를 중심으로 한 수도권 일부 지역과 지방의 신규 분양은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기존 주택의 거래는 부진을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따라서 본격 회복에 한계를 보이고 있는 주택시장에 동력을 불어 넣고 거래를 활성화함으로써 내수경기 부양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게 9·1대책에 담긴 정부 의지라고 볼 수 있다.

정부의 기대와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연한뿐 아니라 다른 재건축 조건도 대폭 완화한 이번 대책은 주택경기 회복과 내수 살리기에 상당한 약발을 낼 가능성이 높다. 강력한 정책 메시지를 담고 있는 데다 국회 입법을 거치지 않아도 시행할 수 있는 것이 많아 심리 개선 효과와 함께 거래 증가, 가격 상승 등의 지표 변화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책이 나오자마자 전문가들은 서울 양천구 목동 아파트 단지 2만6000여 가구와 서울 노원구 상계동 일대 3만여가구가 최대 수혜지역이 될 것이라는 등 장밋빛 전망을 앞다퉈 쏟아내고 있다. 신도시 건설의 근거가 됐던 택지개발촉진법을 폐지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초단기간에 대규모 신도시가 들어설 가능성은 사라진 대신 도시 재생·재개발사업이 더 탄력을 받으며 반사 이익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9·1대책은 정부가 주택시장을 살리고 세월호 참사 이후 가라 앉은 경제를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한 안간힘이자 마지막 승부수로 봐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러나 주택시장의 활기가 지나쳐 거품이 끓어 오르고 마구잡이 재건축과 투기가 판치는 복마전으로 변질돼서는 절대 안 된다.
서민주거안정 강화 방안이란 이름을 달고 발표한 대책에서 재개발 사업 때 임대주택 의무건설 비율을 완화한 것 또한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다.

거래 정상화를 통한 시장 회복과 경기 부양이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무차별적인 집값 급등으로 서민들의 내집 마련의 꿈이 또 한차례 멀어진다면 대책은 차라리 없었던 것만 못하다.
시장은 살리되 투기와 과열은 막아낼 정부의 철저한 보완책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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