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특별기고] 내가 시스템트레이딩 전도사인 이유

전용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9.02 18:16

수정 2014.09.02 18:16

[특별기고] 내가 시스템트레이딩 전도사인 이유

초록색 신호등이 깜박이더니 이내 빨간불로 바뀌었다. 출근길 재촉하던 발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응시했다. 순간 옆의 사람들이 나를 지나쳐 횡단보도를 건넌다. 차량 통행이 적어 무단횡단이 잦은 곳이다. 아이고, 이렇게 융통성이 없어서야…. 마치 바보가 된 느낌에 나도 무단횡단을 하려다 이내 마음을 고쳐먹고 평정심을 되찾는다. '시스템트레이딩 전도사'를 자처하는 내가 이런 작은 원칙마저 못 지키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다. 원칙, 시스템트레이딩에 있어 기본 중의 기본이다.

시스템트레이딩의 본래 의미는 기계처럼 원칙대로 매매하는 것. 초록 불이 들어오면 매수하고 빨간불이 들어오면 매도하는 것이다. 그 대신 초록 불, 빨간불은 자신이 정해야 한다. 자신만의 투자원칙도 없이 덤벼들면 주식 고수에게 고스란히 퍼주는 꼴이 되기에 투자전략 설정이 중요하다.

어느 날 엘리베이터에서 두 사내가 휴대폰으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화면을 보며 주식 이야기를 나눈다. 좋은 정보 있으면 공유하자며, 가지고 있는 주식이 하락해 반토막 났는데 유망종목이라 팔지도 못하고 그냥 가지고 있단다. 이런 한심한 사람들을 봤나. '손절'이 중요하다. 시스템트레이딩을 배우며 몸에 밴 습관이 있다면 손실은 더 커지기 전에 잘라내야지 계속 키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는 이런 '손절'을 선뜻 하지 못한다. '언젠가 회복되겠지' 하는 기대감으로 -10%, -20%까지 손해를 보다가 수익이 반토막 나는 것이 비일비재하다. 손실에 대해 일정 기준을 정하고 그 기준까지 손실이 발생한다면 주식을 팔고 다른 종목을 노려야 하는데 말이다. 일부 투자자는 '묵혀두라'고 하지만 메주도 아니고 빨리 처분하고 다른 종목에 투자했으면 벌써 회복했을 원금을 몇 년에 걸쳐 가까스로 찾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결정이다.

시스템트레이딩은 원칙을 정하고 그 원칙이 시장에서 통할지 아닐지를 사전에 점검하는 매매기법이다. 컴퓨터를 이용해 수천가지 테스트를 해본 뒤 자신에게 맞는 매매원칙을 찾아나가는 방식이기에 '컴퓨터에 의한 자동매매'로 통용되기도 한다. 컴퓨터적 확률통계에 의한 매매이기에 파산할 확률이 적다는 장점이 있지만 문제는 프로그램 로직(Logic)을 만들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시스템트레이딩을 이용하는 인구는 한정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스템트레이딩 전도사'로서 제안을 하자면, 기술적 코딩을 하지 못하는 일반인은 검증된 시스템을 구입해 사용하든지 전문 프로그래머에게 의뢰해 로직을 만들어 사용하자는 것이다. 프로그래밍 기술을 배우느니 전문 프로그래머를 통해 전략을 짜도록 하고, 이를 통해 매매를 하는 것이다. 단, 좋은 매매전략을 고르기 위한 개인적 공부는 필수다.

출처를 알 수 없는 갖가지 정보에 흔들리지 않는 원칙매매, 시스템트레이딩을 경험해 보길 권하는 바다. 비록 이번 매매가 실패로 돌아가더라도 손절을 통해 다음 종목을 노리면 된다. 야구에서 3할 타자가 연속 삼진을 당하더라도 감독은 선수를 믿는다. 괜히 3할 타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시스템트레이딩에서 승률은 4할이면 족하다.
여섯 번의 손실보다 네 번의 수익이 더 크기 때문이다. 오늘도 횡단보도 앞에 멈춰 원칙을 외치는 나는 시스템트레이딩 전도사다.


양훈석 코스콤 스페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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