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스트리트] 박영선의 운명은?

오풍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9.15 16:47

수정 2014.09.15 16:47

[fn스트리트] 박영선의 운명은?

우리나라는 참 보수적이다. 특히 여성들의 정치 참여는 극히 제한적이다. 여성 의원이 수십 명 있지만 일부 의원을 빼곤 존재감을 찾아보기 어렵다. 남성의 벽이 상상 외로 높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런 점에서 거의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아버지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광을 아주 안 입은 것은 아니지만 실력으로 그 자리에 올랐다.
아마도 여성 정치인의 롤 모델은 박 대통령이 아닐까 한다. 척박한 풍토에서 대통령까지 거머쥔 까닭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벼랑 끝 궁지에 몰렸다. 자칫 정치생명이 완전히 끝날 수도 있다. 오죽하면 탈당 얘기까지 나올까. 여기에는 박 원내대표의 책임이 가장 크다. 당의 혁신은 물론, 대여 관계에서도 신뢰를 잃었다. 두 번에 걸친 세월호 특별법 합의 무산이 결정타다. 그의 리더십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는 사이 새정치연합은 선장 없는 배처럼 이리저리 떠돌아 다녔다. 당 안팎에서는 박 원내대표의 퇴진을 줄기차게 요구했다.

우리나라에서 제1야당 여성 원내대표는 박 위원장이 처음이다. 그도 욕심을 낼 법하다. 박 대통령과 비교해 부족한 점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게다. 실제로 주변 사람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욕심이 화를 부른 것 같다. "박 위원장의 욕심이 너무 많아요. 무엇보다 마지막에 혼자 결정하는 것이 제일 큰 문제지요" 새정치연합 한 중진의 전언이다. 이번 사태는 자업자득 측면이 강하다는 얘기다.

소속 의원들이 박 원내대표를 만장일치로 뽑아놓고 마구 흔드는 것도 볼썽사납다. 박 원내대표가 합의하거나 제안한 것은 깡그리 퇴짜를 놓았다. 따라서 박 원내대표에게 힘이 실릴 리 없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게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비대위원장까지 겸직한 것은 최고의 악수(惡手)다. 원내대표를 하기에도 벅찬 사람에게 더 큰 감투를 씌워 놓고 흔든 격이다. 초·재선 의원뿐만 아니라 중진들도 박 원내대표를 깎아내리고 있는 형국이다.

지금까지 흐름을 볼 때 박 원내대표는 둘 다 내려놓아야 할 것 같다. 비대위원장은 물론 원내대표 자리도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
그도 이미 마음을 비운 듯하다. 박 원내대표는 "초·재선 의원들 중심으로 아예 당을 떠나라고 하는 것 같고 나를 죽이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내가 나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그가 탈당 이외에 반격의 카드를 꺼내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poongyeon@fnnews.com 오풍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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