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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한국경제의 패러다임 전환

박경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9.16 17:16

수정 2014.09.18 10:07

[여의나루] 한국경제의 패러다임 전환

사회과학에서 새로운 이론은 현실 적합성 확인과 실제 적용을 통해 이의 없이 수용이 되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발전한다. 경제 흐름의 변화에 새롭게 나타나는 현상과 문제도 이전과 다른 시각으로 인식하고 그 문제해결 방식을 찾아야 한다. 세계화 이후 주요 국가의 국내수요여건은 이전과 크게 달라졌다. 노동소득분배율이 낮아지고 가계저축은 줄고 기업저축이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국민소득 분배에서 임금소득과 자영업자 소득 중 노동 귀속분을 합한 부분을 노동의 몫으로 본다. 우리나라의 노동소득분배율은 1990년대 중반 67%에서 2010년께 60% 수준으로 하락했다.
노동소득이 줄고 가계소득 성장이 부진한 데다 투자도 활발하지 않으니 내수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1997년 외환위기 이전에는 60% 수준이었던 민간소비의 경제성장 기여율이 최근에는 30%대로 크게 하락하고 있다. 국민소득 중 민간소비 비중도 외환위기 이후 빠르게 하락해 지금은 51%이다. 미국의 71%와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새로운 최경환 경제팀의 경제정책은 '소득 주도 성장계획'으로 특징된다. 가계소득 증대를 통한 경제활성화에 중점을 둔 성장 원천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보인다. 세계경제가 둔화되고 금융위기 극복이 지연됨에 따라 주요 국가들이 내수에서 성장의 활로를 찾고 있는 추세에 따른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 경제의 당면하고 있는 어려움은 가계가 활력을 잃고 투자가 둔화되면서 기업의 성과가 가계소득으로 흘러가지 못하는 데 있다. 소비가 부진해지면서 다시 기업투자 기회의 축소로 이어지므로 지금까지의 투자.수출 확대에서 소비.내수 확대로 성장 패턴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바른 판단이다.

한국경제발전 과정을 살펴보면 중요한 계기마다 정책의 전환이 있었다. 1970년대 후반, 압축성장에 따른 인플레이션 경제구조와 부문 간의 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해서 경제정책의 패러다임을 성장에서 안정으로 전환함으로써 1980년대 중반 세계경제 3저현상을 한국경제 도약의 계기로 삼을 수 있었다. 1980년대 초에는 치열한 수입자유화 논쟁을 거쳐 본격적인 대외개방 추진이라는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제고해 우루과이라운드와 세계화로 직면했던 대외개방의 파고를 견딜 수 있었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통해서도 기업.금융.노동.공공 등 4대 부문 개혁과 함께 경제정책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맞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도 논란이 많았지만 '모든 개방이 성공을 보장할 수는 없으나 개방 없인 성공할 수 없다'는 인식의 전환이 밑바탕에 있었다. 2기 경제팀이 발표한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단기적 경기활성화에 중점을 둔 내수 부양책이 주를 이루고 있다. 40조원 이상 규모의 재정·금융 지원, 기업의 배당 촉진 등 기업이익과 가계소득 간 선순환을 유도하는 세제개편이 핵심이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주택시장 활성화도 꾀하고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 동력확보를 위한 구조개혁 정책이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단기 부양책만이 지속된다면 경제구조가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 스스로 지금의 저성장은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것이라고 진단했으면서도 처방은 경기부양에만 맞춰진 것 같다.
중장기적으로 경제 체력을 키울 수 있는 기업투자 확대, 서비스산업 육성, 규제 개혁 및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등 공급측면에서 성장잠재력을 높일 수 있는 정책도 병행해서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다. 주요 정책추진에는 입법이 따르므로 정치권의 협력이 필요하다.
과거 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와 정치권이 '여.야.정 협의체'를 통해 어려운 경제문제를 잘 풀어간 선례도 있으니 한국경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지금 정부가 더욱 분발해 우리 경제의 근본적 문제를 풀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윤대희 전 국무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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