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국회가 규제개혁의 ‘병목’돼선 안된다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9.16 17:16

수정 2014.09.16 17:16

정부와 여당이 규제개혁을 상시 추진할 수 있게 하는 제도적 장치를 강구하고 나섰다. 새누리당은 16일 국회에서 공청회를 열고 규제개혁특별법 제정안을 공개했다.

제정안은 규제개혁 방안의 적용 대상을 행정부처뿐 아니라 국회, 법원, 감사원 등 헌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군 등으로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제정안은 또 정권이 바뀌어도 규제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현재 비상설기관 형태의 규제개혁위원회 대신 국민권익위 같은 형태의 '장관급 상설기구'를 설치토록 했다. 다수의 규제 관련 법률을 동시에 개정할 수 있는 패스트트랙 제도도 도입된다.

역시 가장 눈길을 끄는 내용은 국회를 규제개혁 방안의 적용대상에 포함시켰다는 대목이다.
정부는 규제개혁에 속도를 내기 위해 규제비용 총량제, 규제개선 청구제, 일몰제 및 네거티브 시스템 강화 등 여러가지 방안의 제도화를 추진 중이다. 마구잡이로 규제를 양산해온 의원입법도 이런 제도의 틀 안에서 걸러내겠다는 것이다. 당연한 조치라고 본다.

역대 정권마다 초기에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규제개혁이 얼마 안 가 흐지부지되곤 했던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웬만해선 '규제 권력'을 놓지 않으려는 공무원들과 국회가 주범으로 지목된다. 특히 19대 국회는 경제민주화 등을 이유로 규제를 도입하는 의원입법을 쏟아내고 있다. 전체 발의 법안의 95%나 된다. 그리고 의원입법의 상당수는 정부의 청부입법이다. 정부입법은 정부 내의 까다로운 심의절차를 거쳐야 하니 공무원 스스로가 일을 쉽게 하기 위해 의원에게 부탁을 한다. 이런 마당에 정부입법에 대해서만 규제 심사를 하고 총량제·일몰제를 적용한다 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나. 의원입법 형식으로 간단히 빠져나갈 텐데. 박근혜 대통령도 "의원입법을 통한 규제 신설을 잘 관리하지 않으면 반쪽짜리 규제개혁이 되고 만다"고 경고했다.

게다가 세월호 참사 이후 국회는 정부가 제출한 규제완화 및 경제활성화 법안에 대해서는 심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수차례에 걸쳐 내놓은 규제개혁 방안 중 상당수가 국회에서 발목잡혀 시행을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가 규제개혁의 '병목'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어제오늘 나온 게 아니다. 그래서 국회에 대한 통제 시스템 도입은 규제개혁 제도화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야당이 극력 반대한다는 사실이다. 야당은 의원입법에 대해 심의장치를 두는 것은 행정부에 의한 입법권 침해며 삼권분립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고 반발해왔다. 형식 논리를 대고 있지만 사실은 '규제 권력'을 놓기 싫다는 뜻이다. 야당의 반대를 극복할 방안이 정부·여당에 있는지 궁금하다.

어차피 규제개혁의 가장 큰 저항세력은 공무원과 국회의원이다.
반대로 이들이 나서야 규제개혁은 진행될 수 있다. 그래서 규제개혁특별법은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
정부·여당은 입법과정에서 한바탕 전쟁을 치를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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