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與野 ‘민란 수준’ 목소리 들리는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9.16 17:16

수정 2014.09.16 17:16

식물국회가 계속 되고 있다. 지난 1일 문을 연 정기국회 역시 개점 휴업 상태다. 국정감사, 예산안심사 등 할 일이 많은 데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이다. 지금 당장 시작해도 늦을 텐데 졸속으로 진행될 것이 뻔하다. 그 피해는 국민들이 고스란히 입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 화가 난다.
이런 와중에 야당은 계파 간 헤게모니 다툼을 하느라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이 같은 정치권의 파행을 중재할 사람도 안 보인다.

여야 의원들은 추석 민심을 똑똑히 들었을 터다. "국회를 해체하라" "19대 국회의원들을 모두 떨어뜨려야 한다" "국회의원들 세비 받지 말아라". 이게 바로 국회에 던지는 국민의 경고다. 그런 데도 의원들은 뻔뻔하다. 얼마전 추석상여금 387만8400원을 챙겼다. 전남 순천·곡성이 지역구인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만 "한 일도 없이 돈을 쓸 수가 없다"고 반납했다. 국회의원들은 오는 19일 1000만원의 세비를 또 받는다. 5개월 동안 한 일도 없이 세비는 거르지 않았다.

급기야 의원들 사이에서도 국회의원 총사퇴 및 조기총선 주장까지 나왔다. 물론 진정성이 담긴 소리로는 보지 않는다. 그래도 조금 의식있는 의원들이 있다는 게 다행이다. 새누리당 초·재선 소장파 의원 모임인 '아침소리'가 지난 15일 개최한 첫 모임에서 나왔다고 한다. 조해진 의원은 "지금 민심은 정서적으로 거의 민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하태경 의원도 "19대 국회의원 총선사퇴와 조기총선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새정치민주연합을 계속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의 내홍이 언제 수습될지 몰라 정상적인 국회 운영은 점치기조차 어렵다. 김무성 대표는 "파행이 더 이상은 안 된다. (단독국회를) 국민이 이해해 주실 것이다. 이젠 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도 "운영위에서 야당이 불참해 의사일정 합의가 안되면 국회의장에게 국회정상화를 위한 역할을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여야합의가 불발되면 여당 단독으로라도 정기국회를 열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야당의 집안 싸움을 그냥 두고만 볼 순 없다. 박영선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거취를 표명한다고 해서 바로 수습될 것 같지도 않다. 더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그런 만큼 정의화 국회의장이 16일 국회 의사일정을 직권으로 결정한 것은 불가피한 수순으로 본다. 이달 26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시급한 법안부터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민생법안뿐만 아니라 정부조직 개편 등 국회에서 해결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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