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아이폰과 아바타의 교훈/홍석희기자

홍석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3.21 17:48

수정 2010.03.21 17:48

지난해 말 한국엔 두가지 커다란 문화충격이 불어닥쳤다. 하나는 애플의 아이폰이고 또다른 하나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다.

아이폰 열풍은 한국 정부를 움직여 지난달 초 '소프트웨어 산업 종합 대책'을 끌어냈고 향후 3년 동안 1조원의 예산을 추가 투입해 소프트웨어 분야를 강화하겠다는 정책을 이끌어내는 괴력을 발휘했다.

아바타 신드롬은 관객 1300만명을 간단히 뛰어넘으며 일약 3차원(3D) 영화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삼성전자 등 업체들도 발빠르게 3D TV 개발과 시장 활성화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기자가 경험해본 아이폰과 아바타는 정부와 기업체들의 돈 투자만으로 시장을 주도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아이폰의 힘은 18만여개에 이르는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에서 나온다. '지하철 노선도가 없다'면 즉시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으로 개발된다. '아이폰에서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이 안 된다'고 불편을 느끼는 소비자가 있으면 인터넷으로 시청이 가능한 애플리케이션이 또 개발되는 식이다. 여기에 애플사가 3, 개발자가 7을 가져가는 애플리케이션 판매 수익분배 구조는 많은 개발자를 끌어모으기에 충분했다. 이 구조에 정부가 개입할 여지는 없다. 미국 정부 돈으로 아이폰이 성공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아바타도 3D 영화여서 성공한 것이 아니다. 불행히도 기자는 2D로 아바타를 봤으나 그 감동은 3D 못지 않은 어떤 것이었다. 자연과 인간이 하나되는 '나비'족의 삶, 한명의 구성원이 종족의 일원이 되는 순간을 모든 종족원이 축하해주는 장면은 2D로 관람한 기자에게도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왔다. 내용이 훌륭했던 것이다. 그런데 아바타가 각광을 받자 기업체들은 '이것이 TV의 미래다'며 짐짓 놀란 투로 3D TV 개발에 몰두 중이다. 문제는 콘텐츠인데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하드웨어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아이폰과 아바타의 여진은 아직 진행형이다.
현재까지의 결론은 '결국은 콘텐츠다'로 모아진다. 좋은 기기, 막대한 투자를 넘어 그곳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얼마전 이찬진 드림위즈 사장은 "타도 애플을 외치기 전에 애플 성공의 본질이 무엇인지 먼저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hong@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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